고별 연설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 AFP=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고별 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5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억만장자 정부'로 불리는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과두제로 규정하고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국민이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고별 연설에서 "난 나를 매우 걱정하게 만드는 어떤 것들에 대해 이 나라에 경고하고 싶다. 권력이 아주 소수 초부유층의 손에 위험하게 집중됐으며 그들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지 않으면 그 결과가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미국에는 지나친 부와 권력, 영향력을 가진 과두제(oligarchy)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민주주의 전체,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정말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해 내각 각료와 참모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 중 억만장자가 유독 많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19세기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 '악덕 자본가'(robber barons)에 비유하고서 "사람들은 자기가 벌 수 있는 만큼 벌 수 있어야 하지만 같은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두제가 위협하는 분야로 기후 문제를 거론하고서 "강력한 세력들은 우리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 조처들을 없애고 권력과 이익이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견제받지 않는 영향력을 휘두르고 싶어 한다. 우리는 협박당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사실을 언급하고서는 "난 우리나라에 실제 위험이 될 수 있는 기술산업복합체(tech industrial complex)의 부상 가능성을 똑같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인들은 눈사태 같이 쏟아지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에 파묻히고 있으며 이게 권력의 남용을 가능하게 한다. 자유 언론이 무너지고, 편집자들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팩트체크를 포기하고 있다. 권력과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 진실을 질식시키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과 가족, 우리 민주주의 자체를 권력 남용에서 보호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팩트체크 폐지 등 최근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행동들을 기술 산업과 정치 권력의 위험한 결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에 엄청난 선거 자금을 지원해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팩트체크가 보수 콘텐츠 검열이라고 주장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소셜미디어 규제를 뒤집으려고 하고 있다.
백악관서 만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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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난 미국이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음 행정부가 성공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정권의 평화롭고 질서 있는 이양을 보장한다는 내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대통령직, 의회, 법원,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 등 자유 사회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과두제를 견제하기 위해 세법을 개정해 억만장자가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고, 은밀한 정치 자금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연방대법관에 엄격한 윤리 규정을 적용하고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며, 의원의 재임 기간 주식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헌법을 개정해 어떤 대통령도 재임 기간 저지른 범죄를 면책받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작년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의 '공(公)적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 면책특권이 있다고 결정해 트럼프 당선인에 대선 패배 뒤집기 등 형사 기소 사건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한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마무리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를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과 자기 가족, 미국 국민에 감사와 사랑을 표했다.
그는 "난 50년을 공직에서 보낸 뒤에도 이 나라를 설립한 사상을 여전히 믿는다. 우리는 제도의 굳건함과 사람들의 인성이 중요하고 지속돼야 하는 나라다. 이제는 여러분이 그것을 지킬 차례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