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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3번이나 안 냈네" 번호판 영치 체험 나선 청소년들
기사 작성일 : 2025-01-18 09:00:31

번호판 영치하는 중학생


[촬영 박성제]

(부산= 박성제 기자 = "차량 번호 XXXX. 이 사람은 3번이나 세금을 안 내서 밀린 돈이 40만원이야."

지난 1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단지.

이날 하루 깜짝 세무 공무원으로 변신한 중학생들은 자동차세를 내지 않아 번호판 영치 대상에 오른 차량이 단속되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진구는 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에게 납세 의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 영치 체험 교실을 열었다.

자동차세는 다른 세금에 비해 시민들이 납세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단속이 어려워 유독 체납률이 높은 편인데,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워지면 체납률은 더욱 늘기 마련이다.

부산진구에 등록된 차량은 부산에서 해운대구 다음으로 많은 16만2천여대다.

현재 부산진구에서 자동차세를 내지 않은 구민은 1만3천여명이며 체납액은 23억원가량이다.


영치증 적는 공무원과 학생들


[촬영 박성제]

학생들은 이날 구청사에서 간단한 세금 교육을 받은 뒤 번호판 영치 업무를 수행 중임을 나타내는 파란색 조끼를 입고 단속 차량에 올랐다.

차량에는 체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각종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한 아파트 단지 야외 주차장에 들어서고 5분가량이 흘렀을 때 갑자기 단속 기계에서 "영치 대상입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영치증 발부하는 중학생


[촬영 박성제]

학생들이 직원의 지침에 따라 단말기에 차량 번호를 검색한 결과 자동차세 체납 건수가 2번이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주민세 등 밀린 세금이 무려 36건에 달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지방세법에 따라 자동차세를 한 번이라도 내지 않으면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으며 2∼3번까지는 전화로 독촉하는데, 이 경우 상습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여 번호판을 영치한다"고 말했다.


타이어에 족쇄 거는 세무 공무원


[촬영 박성제]

나사를 돌려 번호판을 뗀 뒤 영치증을 발부하자 처음 보는 광경에 학생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평중 1학년인 이태강(14)군은 직접 번호판을 떼어 보고는 "생각보다 번호판을 떼는 게 어려워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분들이 힘들 것 같다"며 "번호판이 영치되지 않도록 세금을 밀리지 않고 잘 냈으면 좋겠고 나는 커서 세금을 잘 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40분가량 아파트 단지의 일부만 돌았는데도 10대 가까운 차량이 최소 1회 이상 자동차세를 내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 차량의 경우 이미 과태료나 범칙금 등으로 인해 다른 기관에서 이미 번호판을 떼간 상태였다. 자동차세는 5건이 체납돼 130만원가량을 내야 했다.

번호판 영치를 못 하게 되자 직원과 학생들은 더 이상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타이어에 족쇄를 걸었다.


번호판 영치하는 중학생


[촬영 박성제]

구에서 이토록 번호판 영치에 주력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압류 등 조치보다 체납액 징수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번호판이 영치된 체납자의 96%가 전액 또는 일부 납부해 번호판을 찾아간다.

부산진구가 지난해 번호판 영치로 징수한 자동차세만 4억원이 넘는다.

부산진구는 주 2회 번호판을 영치한다. 5월과 10월에는 부산시 전체 구·군에서 매주 1회 합동으로 주야간 영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18일 "번호판 영치와 체납 차량 공매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결과 부산시에서 주관한 지방세 체납액 실적 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았다"며 "앞으로 체납금 징수뿐 아니라 학생들의 납세 의무 인식을 향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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