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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그린란드 '부모평가' 전격 폐기…'트럼프 눈독' 의식
기사 작성일 : 2025-01-21 05:00:57

트럼프 미 대통령과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덴마크가 자치령인 그린란드인들이 오랜 세월 반발해온 일명 '부모역량평가'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그린란드계 배경을 가진 아동 사례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심리 평가를 폐기하기로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간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언급한 심리 평가는 'FKU'라고 불리는 덴마크의 부모역량평가다.

각 지자체 위탁을 받은 전문기관이 수행하는 FKU는 부모들을 상대로 지능·심리 검사 등을 실시하는 평가다.

부모가 지능이 낮은 것으로 나오는 등 '역량 미달'로 평가되면 아이는 강제로 다른 덴마크 가정에 입양되거나 보육원에 입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 명분으로 도입된 정책이지만, 덴마크어로 실시되고 그린란드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누이트족들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돼 차별이자 식민지 동화정책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해왔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FKU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강제 분리된 아동 비율은 덴마크계는 1%인 데 비해 그린란드계는 5.6%로 훨씬 높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그린란드계 여성이 FKU를 거친 뒤 출산 두 시간 만에 신생아와 강제 분리된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인들의 오랜 반발에도 유지했던 정책을 갑작스레 폐기하기로 한 건 그린란드 매입 추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해 그린란드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폐기 결정 사실을 알리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몇 시간 앞두고 올리기도 했다.

그는 또 같은 게시물에서 "나는 (자치령인) 페로 제도와 그린란드가 덴마크와 계속해서 한 공동체 안에 있고 싶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2009년 제정된 자치정부법은 그린란드의 독립은 그린란드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테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가 취임 연설에서 어떤 말을 하든, 나는 유럽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덴마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 지속적인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지난 7일 나선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경제·군사적 강압 수단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연설에서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거듭 공언했으나, 그린란드는 일단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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