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박성진 특파원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일본은 우선 안보와 경제 부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게 되면 기존 미일·한미일 협력 틀이 약화하고 신규 관세 부과 조치로 일본 경제가 충격받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강화를 재확인하고 일본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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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억제·센카쿠 방위·대북 대응은 '양보 불가'
일본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날 발표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 72%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대답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21%)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일본의 불안을 반영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의 안보상 '양보할 수 없는 선'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1일 보도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미국의 핵 억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방위, 북한 대응 3가지를 제시할 방침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에 둘러싸여 핵 위협을 받으면서도 자체 핵전력이 없는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이 핵을 포함한 전력으로 일본 방위에 관여한다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야 외무상은 또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센카쿠 열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일 방위 의무를 규정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5조가 센카쿠에도 적용된다고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해 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할 계획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는 한미일 3국이 일치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일본을 제외한 북미 정상 간 직접 협상을 경계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한국이 혼란한 상황이지만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사일 정보 공유 등 3국 협력을 계속할 것을 미국에 요구할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미국이 처한 국제 환경은 하룻밤에 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중 대립이 계속되면서 미일이 앞으로도 전략적 이익을 계속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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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부과·방위비 인상 등 전방위 압력 예상
미국이 제1 수출국인 일본으로서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신규 관세가 큰 걱정거리다.
2023년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20조2천602억엔(약 188조원)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 기업의 수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다자간 무역 틀을 수정할 것으로 보이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은 통상정책과 공급망을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일본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10∼20%,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일본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은 1천300개가 넘는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일본 완성차 업체가 공장을 두고 미국에 수출하는 생산 거점이다.
일본 다이와 연구소는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일본이 충격을 받으면서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4%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JETRO 조사에서 미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72%는 악영향이 가장 클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관세를 꼽았다.
특히 중국에 대한 관계가 인상되면 절반 가까운 기업이 "공급망 변경을 검토할 정도로 영향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과 관계에서도 가치보다는 '돈 문제'를 우선하면서 일본에 방위비 증액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혀 일본에도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방위성 간부는 "얼마나 예산이 필요할지는 일본이 결정한다"며 "미일이 어떤 능력을 목표로 할지 마음을 터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GDP 1% 수준인 방위 관련 예산을 2027회계연도에 2%로 늘리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으로 보면 전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울러 주일미군 주둔비용 증액도 일본 정부에 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