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인&아웃] 머스크의 '나치식 경례'
기사 작성일 : 2025-01-22 08:01:01

김종우 선임기자 = 나치(Nazi) 독일 당시 나치 당원들은 "히틀러 만세"(Heil Hitler) 구호와 함께 왼쪽 손을 배에 댄 채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려 뻗었다. 이를 '나치식 경례'라고 한다. 나치식 경례는 로마제국 군단의 경례(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구체적 근거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로마식 경례는 18세기 후반 자크-루이 다비드의 작품 <호라티우스의 맹세>를 통해 유행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탈리아 독재자인 베니토 무솔리니가 파시즘의 상징으로 활용했다.


나치식 인사 연상시킨 일론 머스크의 동작


(워싱턴 로이터= 일론 머스크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에서 연설 도중 나치식 인사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무솔리니의 외증손자이자 프로축구 선수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21·유베 스타비아)가 작년 12월 세리에B(2부리그) 홈경기에서 데뷔 첫 골을 터뜨리며 파시스트 경례를 해 논란을 빚었다. 로마노는 무솔리니의 손녀 알레산드라 무솔리니의 아들이다. 배우 출신인 알레산드라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소속으로 상원 의원(2013∼2014년)과 유럽의회 의원(2014∼2024년)을 지냈다. 그는 관중석에서 아들의 경기를 직관했다. 앞서 1월 초에는 로마에서 파시즘 추종자 수백 명이 파시스트 경례를 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선 파시즘 찬양·동조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있다.

미국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 모자를 쓰지 않았으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슴에 손을 얹어 경의를 표한다. 앞서 1940년대 초까지는 '벨라미식 경례'가 주로 사용됐다. 벨라미식 경례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가슴을 두 번 두드리고 오른팔을 쭉 뻗는 방식이다. 실제로 6.25전쟁 당시 전사한 전우의 묘에서 벨라미식 경례를 하는 미군의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이 경례는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 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슴에 손을 얹는 것으로 대체했다. 아마도 나치식 경례와 비슷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보지만, 대체 경위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 축하행사에서 나치식 인사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취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행사에서 트럼프의 등장을 앞두고 연설하는 도중 오른손으로 가슴을 친 뒤 손가락을 모은 채 손을 대각선으로 들어 올리는 나치식 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동작을 잇달아 취했다. 머스크의 인사를 놓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머스크가 나치식 경례가 아닌 열정의 순간에 어색한 동작을 취한 것 같다는 반론도 나왔다. 머스크의 이 같은 행동이 벨라미식 경례를 닮아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거나 머스크의 행동이 구설에 오른 것은 최근 유럽의 극우 정당에 대한 옹호 입장을 피력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달 28일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에 극우 성향의 야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이어 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의 대담에서 유권자들에게 AfD에 투표하라고 권유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수감된 영국 극우 인사 토미 로빈슨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나치 독일이 패전한 뒤 유럽에서 나치식 경례는 절대 금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