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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 대목 앞두고 화재라니"…애타는 격포항수산시장 상인들
기사 작성일 : 2025-01-22 13:01:12

새까맣게 변한 석화


[촬영 나보배]

(부안= 나보배 기자 = "설을 앞두고 건물도 수산물도 다 타버렸으니 마음이 폭폭(마음이 몹시 상하거나 화가 남)하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22일 오전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정숙(65)씨가 새까맣게 변해버린 점포 앞에서 한숨지었다.

전날 늦은 밤 이 수산시장에는 큰불이 나 점포 26곳 중 11곳의 집기와 각종 활어·어패류 등이 탔다.

12시간이 지났지만 건물 주변에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떠다녔고, 2층에 크게 놓인 간판은 까맣게 그을려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경찰이 쳐놓은 출입금지선(폴리스라인) 안으로는 수족관 안에 폐사한 채 쌓여있는 활어들이 수북했다.

최 씨는 "지역 주민들끼리 정직하게, 손님들한테 하나라도 더 베풀면서 장사하던 곳이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착잡한 마음이 든다. 밤새 눈도 붙이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화마가 남긴 흔적


[촬영 나보배]

격포항수산시장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격포항 바로 앞에 위치해 주말이면 아르바이트 직원 1∼2명을 더 고용해야 할 만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상인들은 이틀 뒤부터 시작될 설 연휴를 앞두고 대목을 기대하며 평소보다 더 많은 수산물을 준비해뒀다고 입을 모았다.

채석 격포항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설날에는 관광객도, 귀향객들도 겨울 바다를 보러 많이 와 상인들 대부분이 평소보다 3∼4배는 더 많은 수산물을 준비해뒀다"며 "그런데 수족관이 터지면서 활어들이 싹 폐사하거나 연기를 흡입해 못 쓰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이 수산시장은 14년 전부터 운영됐다. 격포항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열어 수산물을 판매하던 상인들은 건물을 세우고 이곳에 입주해 장사를 해왔다.

20년 넘게 활어를 팔아 자식들을 교육했던 주민들은 이번 화재로 생계 수단을 잃게 됐다며 막막해했다.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상인도 있었다.

이 상인은 취재진을 향해 "1년 전 리모델링을 하느라 3개월간 장사를 못 했었는데, 또 장사를 멈춰야 한다"며 "불에 탄 흔적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어떻게 해야 하냐"며 흐느꼈다.


새까맣게 탄 격포항수산시장


[촬영 나보배]

크게 낙담한 상인들은 하루빨리 건물이 복구돼 다시 손님들을 만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채 상인회장은 "이른 아침에 권익현 부안군수가 다녀갔다. 공휴일에 상관없이 긴급 복구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드렸다"며 "건물 일부라도 복구돼 장사할수 있다면 상인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1시 14분께 격포항수산시장에 불이 났다. 당시 순찰 중이던 방범대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경고음을 듣고 현장을 확인한 뒤 119에 신고했다.

불은 1시간 30여분 만에 꺼졌으나 1층 점포 11곳과 2층 식당 등이 타면서 1억 3천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날 전기안전공사와 경찰,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벌여 수족관 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있다.

소방 당국은 "활어 폐사 등으로 재산피해 금액이 증가할 수 있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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