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고법,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에 "명예훼손 아니다"(종합2보)
기사 작성일 : 2025-01-22 23:00:29

박유하 교수


[ 자료사진]

한주홍 기자 = 박유하(68) 세종대 명예교수가 쓴 책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했다.

할머니들이 책에서 문제 삼는 부분을 '사실 적시'로 보기는 어렵고, 학문적 주장이나 의견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민사12-1부(장석조 배광국 박형준 부장판사)는 22일 고(故)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과 유족 등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1인당 1천만원씩 총 9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옥선 할머니 등은 2014년 7월 해당 저서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신적 위안자',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 처녀', '자발적 매춘부' 등으로 표현한 문구 34개가 있다고 주장하며 명예훼손을 이유로 1인당 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도서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기재 부분은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를 전제로 하는 명예훼손 관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도서가 학문적 표현물로 보이고, 박 교수가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니며,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들어 문제 된 부분을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개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소규모의 균일한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점, 학문적 표현에 숨겨진 배경이나 배후에만 주목해 손쉽게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를 인정할 수는 없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용어의 개념이나 포섭 범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문언의 객관적 의미나 대중의 언어습관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학문적 개념 포섭을 전제로 한 것임을 표현 전후 맥락에 의해 확인될 수 있다면 이를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것이 학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격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저서의 기재 부분은 학문적·객관적 서술"이라며 "할머니들이 감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그러한 불이익과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를 비교·형량해봤을 때 수인한도를 넘어서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견해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견해일 수 있다"면서도 "이는 학계나 사회의 평가 및 토론 과정을 통해 검증함이 바람직하고, 불법행위 책임을 쉽게 인정한다면 자유롭게 견해를 표명할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해당 도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박 교수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거나 일본군의 동지이자 전쟁의 협력자라고 주장함으로써 할머니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해당 표현들로 인해 명예 감정에 다소간의 손상이 있더라도 위법성을 인정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욕망에 동원된 '개인의 희생'으로 보는 내용을 담은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했다.

1심 판결은 2년 뒤인 2016년 나왔지만, 이와 별도로 박 교수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리느라 민사 재판은 진행을 멈췄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박 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고, 지난해 4월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나 맥락과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