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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외교 시사한 트럼프, 김정은과 연애편지 다시 주고받나
기사 작성일 : 2025-01-24 14:00:58

2019년 판문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 자료사진]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외교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다.

연락할 시기나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대화 재개 의중을 내비친 적은 있지만, 이번엔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임기 초반에는 북한과 대화 재개를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을 먼저 끝내겠다고 공언해왔으며 당분간 여기에 외교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이어가면서 지속해서 한미일에 위협이 되고는 있지만 국지적 성격이 강한 데다 당장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비해 시급한 외교 현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언론 인터뷰나 공개 연설 등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치켜세우고, 첫 임기 때 북미 정상외교를 성과로 내세우는 등 북한을 일정 부분 '관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칭하고서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밤에 열린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에서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하던 중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특히 이 발언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예정된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북한을 거론한 것이라 주목받았다.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으로 통화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으로 쏠린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우선순위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는 작년 12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자기 구상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개입하면 그건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자 미국과 유럽 동맹들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고, 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대응하는 등 북한이 우크라이나 확전의 동력이 되는 상황을 그가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북미 대화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경우 그는 북한에 러시아 무기 지원과 파병 중단을 우선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지원을 끊어야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미 양국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견지해온 북한 비핵화 목표는 상대적으로 뒷순위로 밀릴 개연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사흘밖에 안돼 아직 공식적인 대북 정책을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행정부 국가안보팀 인사들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포기하거나, 난제인 비핵화보다 쉬운 중간단계의 해법을 찾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북한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군축이나 핵동결 등 이른바 '스몰딜'에 나서는 게 아닌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여건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싱가포르 합의를 했을 때와 크게 달라졌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은 그때보다 훨씬 더 고도화됐으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외화와 물자를 확보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더 내성이 생겼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처럼 비핵화를 단기에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과의 소통 결과, "북핵 환경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라졌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젤렌스키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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