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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체험 말고도 비결 있죠" 농촌유학 성지로 뜨는 구례
기사 작성일 : 2025-01-25 08:00:32

광의초 학생들의 가을 벼베기 체험


[이명우 학부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 장아름 기자 = "처음에는 그저 자연 가까이에 살며 애쓰지 않아도 작은 공동체 안에서 유대감과 사회성을 키워가는 게 좋았는데 훨씬 더 많은 장점이 있더라고요."

지방 소멸과 폐교 위기 대응책으로 시작된 농산어촌 유학이 전국에서 각광받는 가운데 전남 구례가 농촌 유학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2만4천여명으로 전남에서도 가장 작은 지방자치단체지만 22개 시군에서 농촌 유학 희망 학생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자녀의 6개월 농촌 유학을 계획하고 서울에서 구례로 내려왔다가 4년째 살고 있는 이명우(50)씨는 25일 "학부모들의 참여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좋은 합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둘러싸인 자연이 좋아 구례를 선택했지만 살아보니 작지만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돼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어린 자녀와 함께 시골에 온 만큼 더 예의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마을 일에도 잘 참여하다 보니 마을 주민들과도,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과도 연대와 안정감이 금방 형성된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적고 이웃끼리도 개방적이다 보니 아이들이 학년 구분 없이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는 점, 학교 안에서 소외되거나 회피하지 않고 크고 작은 역할을 하며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섬진강 래프팅 체험


[이명우 학부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소한의 학생 수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재능 기부 교육을 하는 점도 전국적인 입소문의 원동력이 됐다.

학부모들이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거나 SNS 등에 농촌유학 일기를 올리면서 농촌생활 정보를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광의초의 경우 교사와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오케스트라, 뮤지컬, 사물놀이 등 교육을 시도하고 다큐멘터리 PD 출신인 이씨를 비롯해 영어교육 인플루언서, 생태 전문가 학부모 등이 관련 방과 후 교육을 자처해 전국적인 모델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2021년 17명으로 시작했던 구례의 농촌유학생은 올해 1학기 93명(65가구)으로 전남 전체 360명(222가구)의 25.8%를 차지하게 됐다.

학부모들은 주거 지원 등을 활성화한 것도 선호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구례군은 그동안 가구당 2천만원 이내의 임대 주택 수리 지원과 월 20만원의 체류 지원금을 제공해왔다.

올해부터는 체류 지원금을 월 40만원으로 늘리고 유학생의 중학교 진학 장려금 100만원도 신설하기로 했다.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총 46가구의 농촌 유학타운 1·2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유학생 가족의 지역 정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마을공동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학부모와 지자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우씨는 "유학타운이나 지원금도 좋지만 마을에 어우러지도록 농가 수리나 학부모 교육, 일자리 등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부모들도 특별한 교육을 받겠다는 생각보다는 작은 학교에 온다는 인식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 교육을 지원하면 큰 만족감을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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