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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어느날 갑자기 가슴이…' 작가 "동병상련 찾으려 했죠"
기사 작성일 : 2025-01-25 08:00:34

물렁이 작가 캐릭터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경윤 기자 =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유행하던 시절, 평범한 직장인 물렁이(필명) 작가는 백신을 맞았다.

이후 가슴이 점점 커졌지만 원인도, 병명도 알 수 없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작가는 가슴을 부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힘겨웠던 투병기를 웹툰 '어느날 갑자기 가슴이 커짐'으로 풀어냈다.

25일 웹툰 속 주인공 물렁이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물렁이 작가는 "백신 접종 후 림프샘이 잠시 부을 수는 있지만 보통 2∼3일 안에 사라지는 경증 사례만 있을 뿐, 저처럼 가슴이 계속 자라는 일을 겪은 사람은 없었다"며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을 저와 같은 사람들을 찾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탄이라도 나누고 싶었다"고 투병기를 그린 이유를 설명했다.

작가는 병명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로 병원 대여섯 곳을 전전했고, 2022년 말 가슴 부분절제 수술을 받았다. 실패로 끝난 림프부종 수술, 개인적인 질환 수술까지 합쳐 작가는 그해에만 수술대에 세 번 올랐다.

그는 이듬해인 2023년 투병과 회복을 통해 깨달았던 점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인스타툰(인스타그램 연재 웹툰)을 시작했다.


물렁이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가족과 건강의 가치다.

작가는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한 건 '건강'과 '가족'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며 "19살 이후로 10여 년 만에 부모님과 몇 달을 함께 지냈는데 그때 가족이 하나가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우리는 항상 같이 있었고 같은 시간을 보냈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얘기를 나눴다"고 돌아봤다.

또 "영정 사진까지 골라본 적이 없다면 살아 숨 쉬고 움직일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몰랐을 것"이라며 "지난한 회사 일과 스트레스로 붕괴하던 제가 그 일을 겪으며 다른 사람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9월부터는 네이버웹툰에서도 같은 소재를, 좀 더 확장해 연재하게 됐다.

작가는 "사실 인스타툰을 그리면서 후련했다. 친구들한테도 말 못 한 깊은 이야기까지 전부 털어놓을 수 있었고, 응원하는 댓글들을 보며 실제로 치유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웹툰은 최근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의학 저널 PRS(Plastic & Reconstructive Surgery-Global Open)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유방 비대증을 보인 여성 사례에 관한 논문을 실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코로나19 백신과 유방 실질 성장의 연관성을 증명한 공식적인 연구는 없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던 사람이 나온 셈이다.

작가는 "누군지만 알았다면 당장 이메일을 보내 '얼마나 힘들었느냐', '이제는 괜찮냐'고 물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사례를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자신이 소셜미디어(SNS)와 웹툰에 올렸던 사진이 무단으로 쓰이고, 성희롱 같은 악플을 받았던 것은 불쾌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제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처음으로 인터뷰 요청에 응한 것"이라고 했다.

"제 모습을 자랑하려고 사진을 올린 것도, 고발하려고 만화를 그린 것도 아닙니다. 단지 세상에 이런 증상을 겪은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희소 질환이 있으신 분들이나 혹은 저처럼 인생에 무심했던 분들에게 아주 조금의 공감, 또는 감동을 주었다면 목표했던 바를 이루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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