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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벨라루스 대선 출구조사 87% 예상…7선 사실상 확정(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27 04:00:58

루카셴코 대통령


(민스크 EPA=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의 한 투표소에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01.26 [벨라루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0)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율로 7선을 사실상 확정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87.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선후보 4명은 득표율 1∼2%에 그쳤다.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7일 오전 2시30분께 잠정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 붕괴 후 벨라루스가 독립한 지 약 2년 반 만인 1994년 7월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소련 시절 집단농장 관리자였던 그는 부정부패 척결과 물가 안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몰표를 받았다.

그는 2000년부터 25년간 실권을 유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더 오래 집권 중이다. 그는 2차례 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조항을 2004년 국민투표로 폐지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7연임에 성공하면 집권 기간이 5년 추가돼 36년으로 늘어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수도 민스크의 한 투표소에서 대선 투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이터 통신은 4시간 20분을 넘긴 이 기자회견에서 그가 전 세계 언론과 설전을 벌였다고 촌평했다.

그는 벨라루스 대선의 공정성을 둘러싼 비판을 무의미하다고 치부했다.

그는 "서방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벨라루스는 유럽연합(EU)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당신들 앞에 굴복하거나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야당 인사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 선거가 어떻게 자유롭고 공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일부는 감옥을 선택했고, 일부는 '망명'을 선택했다. 우리는 아무도 나라 밖으로 내쫓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입을 너무 크게 벌린 사람들, 즉 법을 어긴 사람들은 감옥에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국가에서든 법을 어기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은 엄격하지만, 법은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가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자국 영토와 영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타협점을 찾아 평화 회담을 준비 중이라며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대선인지를 묻자 즉답을 거부했다. 그는 "죽을 때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후계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때가 되면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EU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야권 탄압과 독립적인 언론 금지 등으로 이번 선거를 '엉터리 선거'로 규정했다.

EU는 이날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마르타 코스 확장·동유럽 담당 집행위원 명의의 공동 성명에서 "벨라루스에서 오늘의 가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끈질기고 전례 없는 인권 탄압, 정치 참여 제한, 독립 언론 접근성은 선거 절차의 정당성을 없앴다"며 "EU는 벨라루스 정권에 대한 제한적이고 표적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하는 루카셴코 대통령


(민스크 EPA=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의 한 투표소에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01.26 [벨라루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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