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의 해 첫날, 억새뱀 부부 조형물에서
신현우 기자 =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 설치된 2025 글자 모양 억새뱀 부부 조형물에서 시민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1.29
오인균 인턴기자 = '구멍에 든 뱀'이란 무슨 뜻일까.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설날을 맞아 뱀 관련 속담, 표현을 살펴봤다.
구멍(굴)에 들어있는 뱀은 그 길이나 생김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구멍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 정체, 실체, 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구멍에 든 뱀 길이 모른다'는 속담은 숨긴 재주나 재물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재능이나 감추어져 있는 사물은 그 정도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같은 뜻의 속담으로 '구멍 속의 뱀이 서 발인지 너 발인지', '뱀의 굴이 석 자인지 넉 자인지 어찌 알랴' 등이 있다.
실제로 보거나, 겪어보기 전에는 성급하게 사람을 평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는 땅 속에서 활동하는 뱀의 모호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비슷한 맥락에서 음흉하고 능청스러운 사람을 '능구렁이'에 빗댄다.
뱀은 또한 독을 지녀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뱀의 마음에 부처의 입'은 속으로는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착한 말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허리춤에서 뱀 집어던지듯'은 끔찍스럽게 여기며 다시는 보지 아니할 듯이 내버리는 경우를 뜻한다.
푸른 뱀 눈썰매 타고 새해 인사
(용인= 홍기원 기자 =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눈썰매장 스노우버스터에서 직원들이 푸른 뱀의 해를 맞아 푸른 뱀 모양으로 연출된 눈썰매를 타며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9
반면 뱀은 한꺼번에 알을 많이 낳는다는 점에서 풍요를 상징한다.
'업구렁이 잡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은 재물을 상징하는 업구렁이가 집에서 나가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몸통이 굵고 거대한 구렁이는 권력을 은유하기도 하는데, '참새가 아무리 떠들어도 구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속담은 하찮은 무리에 실력 있는 사람은 다투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구렁이 개구리 녹이듯 한다'는 무슨 일이든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서리 맞은 구렁이'는 행동이 굼뜨고 힘이 없는 사람, 또는 세력이 다해 다시 일어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뱀이 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은 속담도 있다.
'뱀도 천 년 묵으면 용이 된다'는 것은 오랫동안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의미고, '뱀이 용의 굴에 들어간다'는 말은 오막살이에서 살던 사람이 기와집에 살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반면 '뱀이 용 되어도 뱀은 뱀이다'는 본바탕이 나쁜 사람은 아무리 잘 돼도 본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로 쓴 경우다.
'새로운 시작과 변화'…을사년 앞두고 구렁이 그림展
(대구= 윤관식 기자 = 지난달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의 '새해맞이 구렁이 그림전'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9
뱀의 꼬리와 관련된 표현도 있다.
'뱀의 꼬리를 잡다'는 위험한 상황을 비유하고, '뱀은 제 꼬리를 물고 있다'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을 나타낸다.
그런가 하면 뱀이 발이 없는 것에 방점을 찍어 '뱀은 발이 없어도 걷는다'(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법이 생긴다), '뱀을 그리고 발까지 단다'(쓸데없는 것을 덧붙여서 오히려 못 쓰게 만든다) 같은 속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