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빌 게이츠 "실리콘밸리 중도좌파라 생각…우파그룹에 놀랐다"
기사 작성일 : 2025-02-02 10:01:01

빌 게이츠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 김태종 특파원 = "실리콘 밸리는 늘 중도좌파라고 생각했다. 이제 상당한 우파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69)는 자신의 자서전 '소스 코드(Source Code):나의 시작(My Beginnings)' 출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만 70세가 되는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개인 삶을 둘러보는 자서전을 썼다. 게이츠의 첫 자서전인 이 책은 3부작 중 첫 번째다.

게이츠는 그동안 직접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지지 단체에 5천만 달러(약 727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게이츠는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지 않았다.

NYT는 "게이츠는 다른 테크 억만장자들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하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 그동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거물들 상당수도 사실상 트럼프 후보로 돌아섰다.

게이츠는 카멀라 전 부통령을 지지했지만 미 대선 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작년 12월 27일 트럼프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단둘이 3시간 저녁을 먹으며 "주로 에이즈(AIDS)와 소아마비 같은 전 세계적 보건 이슈에 대해 주로 대화를 나눴고, 트럼프는 큰 관심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찼고 자연스러웠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NYT와 인터뷰에서 "억만장자 클럽이라는 것은 없다"며 "통일된 의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게이츠는 재산은 1천650억 달러(약 240조원)로 전 세계 부호 순위에서 8위에 올라 있다.

그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관련해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 덕분에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다"며 "그 정도는 예상했다"고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또 기술로 인해 정치적 분열이 가속화되고, 기술이 광범위한 공익에 대한 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AI에 대해서는 "이제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며 AI 악용을 우려했다.

그는 기술 낙관론자이지만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가상화폐가 어떤 쓸모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게이츠는 "전혀 없다"며 "높은 아이큐를 가진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더 진보적인 세금 시스템을 지지한다.

그는 매년 평생 납부한 세금을 합산하는데 "그동안 판매세를 제외하고 140억 달러(약 20조원)를 납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나은 조세 제도였다면, 400억 달러(약 58조원)를 내야 했다"고 했다. 그가 설립한 자선 재단인 '게이츠 재단'은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에이즈 퇴치 등에도 590억 달러(약 86조원)를 썼다.

게이츠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얼마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조금이라도 그들을 그렇게 경쟁적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며 "나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시애틀에서 중상류층 가정을 이룬 변호사 아버지, 성공한 사회사업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그러나 "10대 시절 지금 진단을 받았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게이츠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나는 어머니의 기대를 뛰어넘고 싶고, 어머니는 항상 기준을 높이는데 꽤 능숙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더 타임스 오브 런던'과 인터뷰에서는 아내였던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와의 이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며 "처음 만났던 1987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