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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정조대왕함 1박2일 훈련 참관기…SM-3 탑재시 '금상첨화'
기사 작성일 : 2025-02-02 14:00:05

'해군의 주먹' 정조대왕함


[방위사업청 제공]

(남해상<정조대왕함>= 김호준 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정박한 차기 이지스함 1번함인 정조대왕함은 압도적인 크기였다.

길이 170m, 높이 48m, 폭 21m로 우리나라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 중에 가장 크다.

배수량 8천200t, 최고속도 시속 30노트(55㎞), 항속거리 1만200㎞로 구축함 중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 '해군의 주먹' 정조대왕함…전투함 중 최대 규모

해군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정조대왕함의 탄도미사일 방어 및 대잠수함 훈련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처음 공개했다. 작년 11월 해군에 인도된 정조대왕함은 현재 전력화 기간 중으로 올해 12월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해군이 전력화 중인 함정의 훈련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의 주먹'으로 불리는 정조대왕함의 전투 능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기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은 세종대왕함급 기존 이지스함(배수량 7천600t·3척)과 달리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으며, SM-6와 SM-3 등 탄도탄 요격 미사일도 정착할 수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통합소나(음향탐지장비) 체계도 갖추고 있어 기존 이지스함 대비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

이번 훈련은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서 출항한 정조대왕함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할 때까지 취재진이 동승한 가운데 1박 2일 동안 진행됐다.


항행 중인 정조대왕함


(남해상<정조대왕함>= 1일 제주 앞바다에서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동함대의 모항인 해군제주기지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해군은 해상기반 한국형 3축체계 및 해상교통로 보호 등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을 위해 올해 2월 1일부로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했다.[해군 제공] 2025.2.2

◇ 북한 SLBM 발사 상황 가정 SM-3 발사 절차 훈련

훈련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기동훈련 중인 정조대왕함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 여러 척이 기지를 이탈해 대남 도발에 나선 가상의 상황이 부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적 잠수함이 동해상에서 활동 중이며 SLBM 발사 징후가 있다고 시달하자, 정조대왕함은 대잠 및 대공 경계태세를 강화했고, 통제상태이던 무장을 적과 교전이 가능한 상태로 조정했다. 이어 함장은 총원 전투배치를 명령했다.

정조대왕함은 북한 탄도미사일 작전구역을 탐지거리 1천800㎞에 달하는 스파이 레이더의 집중 탐색 구역으로 설정하고 탄도미사일 탐지에 들어갔다. 잠시 후 레이더에 가상의 적 SLBM이 포착됐다.

함경북도 동방 해상에서 대한민국 영토를 향해 발사된 SLBM을 요격하기 위해 정조대왕함은 SM-3를 가상으로 발사했다. 정조대왕함 수직발사관에서 힘차게 날아오른 SM-3는 고도 수백㎞에서 적 SLBM을 정확히 요격했다.

정조대왕함은 수직발사관에는 SM-3와 SM-6를 탑재할 수 있다. SM-3(블록Ⅰ 기준)는 요격고도 90∼500㎞로 탄도미사일의 상승-중간-종말 비행단계 중 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SM-6는 요격고도 36㎞ 이하로 종말단계 요격 미사일이다.

SM-6는 도입이 확정된 반면 SM-3는 현재 국방연구원이 사업타당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SM-3까지 탑재하면 정조대왕함은 중간-종말 2단계에서 우리 영토를 위협하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 등 우리나라에 배치된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SLBM과 고각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 미사일도 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차기 이지스함은 정조대왕함을 포함해 앞으로 3척이 도입된다"며 "정조대왕함급에 SM-3가 장착되면 기존 요격체계와 더불어 다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조대왕함 내 전투통제실


(남해상<정조대왕함>= 1일 제주 앞바다에서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동함대의 모항인 해군제주기지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해군은 해상기반 한국형 3축체계 및 해상교통로 보호 등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을 위해 올해 2월 1일부로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했다.[해군 제공] 2025.2.2

◇ 국내 개발 통합소나체계로 적 잠수함 탐지

훈련 둘째 날인 1일에는 적 잠수함을 탐지, 추적, 격침하는 훈련이 실시됐다.

합참으로부터 대잠수함 작전 관련 가상의 상황을 부여받은 정조대왕함은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와 함께 적 잠수함 탐지에 나섰다.

우선 해상초계기가 적 잠수함 활동이 의심되는 해상에 능동 소노부이를 투하했다. 능동 소노부이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수중 접촉물을 탐지하는 음향탐지장비(소나)다.

이어 정조대왕함 비행갑판에서 해상작전헬기 '링스'가 출격해 적 잠수함 예상 위치로 디핑소나를 투하했다. 해상초계기 및 해상작전헬기와 협업해 적 잠수함을 추적하던 정조대왕함의 통합소나체계에 적 잠수함 추정 수중 미확인 접촉물이 식별됐다.

정조대왕함은 상급부대로부터 인근에 아군 및 우군 잠수함 활동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적 잠수함에 즉각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요구했다. 적 잠수함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대잠수함 유도무기인 '홍상어'를 발사해 격침하는 것으로 대잠 훈련은 종료됐다.


정조대왕함 내 체력단련실


(남해상<정조대왕함>= 1일 제주 앞바다에서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동함대의 모항인 해군제주기지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해군은 해상기반 한국형 3축체계 및 해상교통로 보호 등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을 위해 올해 2월 1일부로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했다.[해군 제공] 2025.2.2

◇ 정조대왕함, 아파트 16층 높이에 격실 500여개

해군은 취재진에 최신예 함정인 정조대왕함의 구석구석을 공개했다.

함정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전투통제실에 있는 메인 디스플레이는 세종대왕함급은 1개이나 정조대왕함은 3개로 늘었고, 3차원이어서 신속한 지휘결심 및 상황조치가 가능해졌다. 세종대왕함급과 달리 기동부대 지휘소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아파트 16층 높이에 격실이 500여개에 달하는 정조대왕함은 한 번 출항하면 몇주 동안 육지를 밟지 못하는 200여명의 승조원이 생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함정은 매점(PX)과 체력단련장은 물론 수술실까지 갖춘 의무대와 노래방 기계까지 갖추고 있다. 함정에선 전체 승조원의 약 10%인 20여명의 여군 장교 및 부사관도 근무 중이다.

정조대왕함 함장인 조완희 대령은 "정조대왕함은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를 대표하는 첨단 이지스구축함으로 적의 해상 도발 위협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최상의 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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