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 [2025.01.31 송고]
(워싱턴 UPI= 경찰 보트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포토맥강에 추락한 항공기 잔해 옆을 수색하고 있다. 2025.1.30 [2025.01.31 송고]
심재훈 기자 =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 등 최근 국내외에서 여객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제는 비행기 타기 겁난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설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인천국제공항이 북새통을 이뤘는데 예약된 여행 일정 때문에 여객기에 탑승해 안전벨트를 매면서도 불안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자 "혹시 추락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내심 긴장하면서 걱정했다는 사람들의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객기를 타는 건 정말 위험한 걸까?
통계상으로 보면 여객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벼락을 맞을 확률과 비슷하고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 확률보다 20배 이상 낮다. 여객기는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안전 규정 강화로 안전성을 높이고 있어 전반적으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객기 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당국과 항공사는 항상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만약 여객기를 탈 때 불안을 느낀다면 다양한 항공 안전 정보를 사전에 찾아보고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항공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여객기 사망 사고,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아
여객기 사고 확률은 각종 통계마다 다르지만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만은 공통적이다.
기관들의 통계를 종합하면 여객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천만분의 1 이상으로 벼락에 맞을 확률인 최소 100만분의 1 수준보다 훨씬 낮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이 이상 숨지는 자동차 사고보다 여객기가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로만 보면 실제 비행기를 타고 사고를 당할 확률보다 비행기에서 내려 승용차를 타고 최종 목적지를 가다가 사고를 당할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통계학과 아널드 바넷 교수 등이 항공운송경영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8∼2022년 전 세계에서 항공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1천370만명당 1명 수준으로 2008~2017년 790만명당 1명에서 크게 개선됐다. 매년 여객기를 이용한 여행의 사망 위험이 줄어들어 10년마다 사망 가능성이 2배 낮아지는 추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3천290만편이 운항했다. 모든 항공사의 100만편당 사고율은 1.19건, IATA 회원 항공사의 100만편당 사고율은 0.73건이었다. 이 기간 매년 평균 사고는 38건이었고 이 가운데 치명적인 대형 사고는 5건이었다.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률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00만편당 평균 0.11건, IATA 회원 항공사의 경우 0.04건이었다.
항공기 사고 및 사망 위험률
[출처=국제항공운송협회 2024 연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2024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가 2023년 승객 42억여명을 태우고 3천500만여편을 운항했으며 사고는 66건에 사망 사고 1건, 사망자 72명으로 출발 편 기준 100만편당 1.87건의 사고, 승객 10억명당 17명의 사망을 기록했다. 2022년 100만편당 2.05건과 비교해 17.9% 감소한 수치다.
10억명 기준 ㎞당 사망자 수는 미국의 경우 항공기가 0.07명으로 가장 낮았고 철도(0.43명), 선박(3.18명), 자동차(7.28명)가 뒤를 이었다.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9년부터 2023년까지 운항한 보잉사의 전체 항공기 기종 중 보잉 737-600·700·800·900시리즈의 기체 손실 사고율은 100만대당 0.17%였고 사망 사고 비율은 0.08%였다.
2023년 여객기 사고 현황
[출처=국제민간항공기구 2004 안전보고서]
국가별 항공 사고 건수나 항공 안전 등급도 참고할만하다.
194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여객기 사고 건수를 보면 여객기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미국이 870건으로 최다였고 러시아(544건), 브라질(193건), 캐나다(191건), 콜롬비아(185건), 영국(110건), 인도네시아(106건), 프랑스(105건) 순이었다.
항공 안전 지표로 여겨지는 ICAO의 항공 안전 등급을 보면 2022년 기준 안전 우려국은 라이베리아, 부탄, 아르헨티나 등이었다. 2023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블랙리스트 항공사는 북한, 이란, 네팔, 리비아, 라이베리아, 수단, 앙골라, 적도기니, 콩고공화국, 지부티 등이었다. EU 블랙리스트는 EU 소속 국가를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 중에 안전성이 결여된 항공사에 대해 EU 지역 운항을 제한하는 제도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국가별 항공 안전 평가(IASA) 등급을 1, 2등급으로 나눠 2등급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 국적 항공사와 좌석 공유 금지, 운항 증편 제한 등과 같은 조치를 한다. 2023년의 경우 2등급 국가에 그레나다, 도미니카, 러시아, 멕시코,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세인트 루치아, 세인트 빈센트, 세인트 키츠, 파키스탄이 포함됐다.
◇ 항공 사고…도로·철도 비해 현저히 낮아
우리나라의 경우도 항공 사고는 도로 등 다른 교통사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도 국가 교통안전 시행계획을 보면 도로, 철도, 항공, 해양 사고의 현황이 잘 나와 있다. 2022년 전체 교통수단에서 19만9천80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2천879명이 사망하고 28만2천167명이 다쳤다. 전체 교통사고 중 도로 사고가 발생 건수의 98.5%, 사망자의 95%, 부상자의 99.9%를 차지했다.
2022년의 경우 도로 교통사고가 19만6천836건 발생해 2천735명이 죽고 28만1천803명이 다쳤다. 철도는 79건이 발생해 사망 28명, 부상 40명, 해양에서는 2천863건이 발생해 사망 99명, 부상 313명을 기록했다. 항공 교통사고의 경우 2022년 24건이 발생해 17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에어부산 여객기 '안정성 점검' 분주
(부산= 강선배 기자 = 31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합동조사반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2025.1.31
국내 항공기 사고의 경우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8.4건의 사고 및 준사고가 발생했다. 이 기간 사망자는 연평균 4.6명이었다.
행정안전부의 '2023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국적 항공사의 항공기(헬기 포함) 사고는 총 67건이었다.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비정상 운항을 의미하는 '준사고'를 제외한 수치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59명, 73명이었다. 가장 많은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2020년(14건)이었고, 2021년(13건), 2018년(9건), 2016년(7건)에도 사고가 있었다.
비행기 사고 원인의 과반은 조종사 과실로 집계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펴낸 '항공·철도사고 사례집'을 보면 2013∼2022년 발생한 항공기 사고·준사고 65건 가운데 52.3%(34건)는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이었다. 부품결함과 난기류가 각각 6.2%였고, 시설관리(4.6%), 엔진 결함(3.1%) 순이었다. 비행기의 운항단계별로 보면 착륙단계(43.1%), 순항단계(23.1%), 접근단계(10.8%), 지상활주 단계(9.2%), 이륙단계 7.7% 순으로 사고가 잦았다.
가장 붐비는 국제노선이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항공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항공 정보 제공업체 OAG는 2024년 가장 붐빈 국제노선으로 678만여석을 기록한 홍콩-대만 노선을 꼽았다. 이어 이집트 카이로-사우디아라비아 제나 노선(546만여석), 인천-나리타 노선(541만여석) 순이었다. 2024년 가장 붐빈 국내선은 1천418만여석을 기록한 제주-김포 노선이었다.
화보난기류 사고 비행기
[ 자료 화면]
항공 안전성 평가 사이트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선정했는데 에어뉴질랜드가 콴타스항공을 제치고 1위였다. 이어 캐세이퍼시픽, 카타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에티하드 항공, 전일본공수, 에바항공 순이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안전한 항공사 8위였다.
이 평가는 항공사의 중대 사건이나 최근 사망 사고, 조종사 훈련 평가, 항공기 연식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안전도를 평가한 것으로 조류 충돌이나 난기류 고장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제외했다.
가장 안전한 LCC는 홍콩 익스프레스가 1위였고 젯스타, 라이언에어, 이지젯, 프런티어항공, 에어아시아, 위즈에어, 비엣젯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뒤를 이었다. 국내 LCC는 순위에 없었다.
◇ 여객기 사고시 대형 참사 우려…위급상황 대비 필요
여객기 사고는 발생 빈도가 매우 낮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역대 여객기 사고의 경우 5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사고가 4건, 300명 이상 사망자가 8건, 200명 이상 사망자가 34건, 100명 이상 사망자가 206건에 달했다.
다만, 여객기 사고에서 생존 가능성만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여객기 사고는 기체 강하 또는 강한 난기류를 만나거나 활주로를 벗어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여객기 내부
[ 자료 사진] 2024.7.20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568건의 여객기 추락 사고에서 95%의 승객이 생존했다. 최근 전 세계 여객기 승객 1억 명당 사망자 수는 2명 수준으로 줄었다. 1960년대에는 1억 명당 133명이 사망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는 20명 아래로 급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객기 사고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급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비상 안내를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침착하게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 승무원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훈련받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개인 판단 보다는 승무원의 안내를 우선해야 한다.
이착륙 시 및 비행 중에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게 필요하며 안전벨트는 단단히 고정해야 비행기 급강하 시 몸이 튕겨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객기 탑승 시에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상구는 일반적으로 양쪽 날개 근처와 앞뒤에 있다.
항공기 비상 상황 대처법 배우는 학생들
(대구= 윤관식 기자 =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 항공안전체험관에서 학생들이 항공기 비상 상황 대처 교육을 받고 있다. 2024.5.29
브레이스 포지션도 중요한데 좌석에 앉아 머리를 무릎 사이로 숙이고 팔로 머리를 감싸는 자세를 말한다. 이는 여객기 비상 착륙 시 충격으로 인한 부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FAA 등에 따르면 여객기 사고 시 동체 꼬리 부분에 앉은 승객의 생존율이 10∼15% 더 높다고 하지만 사고 유형이 워낙 다양해 좌석별 안전도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항공기가 구조물과 정면충돌하거나 추락할 경우 먼저 부딪히는 기체 앞부분에 충격이 집중되지만, 엔진이나 동체 화재 시 꼬리 칸을 향해 불이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객기 사고의 안전성은 좌석 배치보다는 그때그때의 사고유형에 많이 좌우된다는 것이 항공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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