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CEO
류효림 기자 =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2.5
송은경 기자 = "작년 8월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한국 투자자들께 사죄드립니다. 한국에서 (주간거래) 비즈니스를 재개한다면 그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브라이언 힌드먼 최고경영자(CEO)는 4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와 인터뷰에서 작년 한국에서 발생한 '주간거래(데이마켓) 주문 취소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블루오션에는 미국 증시 개장 전 낮 시간대에 서둘러 주식을 매도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주문량이 폭주하자 블루오션은 모든 주문을 중단했고, 한국시간 기준 오후 2시 45분∼4시 15분 사이 들어온 모든 거래를 취소한다고 국내 증권사들에 통보했다. 거래소가 이미 체결된 주문을 취소한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추후 금융당국을 통해 집계된 취소 거래 규모는 6천300억원, 투자자 계좌는 약 9만개에 달했다.
힌드먼 CEO는 인터뷰에서 블루오션의 시스템 안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멤버스 익스체인지(MEMX)'라는 새 플랫폼으로의 정비를 마쳤고, 시스템 장애 발생 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규 거래소 수준의 보상체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주문을 취소당한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다음은 힌드먼 CEO와의 일문일답.
-- 작년 8월 5일 블루오션에서 발생한 거래 중단과 주문 취소 경위에 대해 설명해달라.
▲ 그날엔 전세계적으로 거래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브로커 회사들도 늘어난 주문량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겼고, 우리도 급격히 늘어난 거래량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발생해 거래 내역들을 청산소로 보낼 수가 없었다. 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래 자체를 취소시켜버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그 당시 사용하고 있던 매매시스템의 용량 문제가 있었다.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플랫폼으로 시스템을 이송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신규 플랫폼 가동일이 7월이었는데, 고객사들 상황 때문에 한 달 연기해 8월 말로 변경했다. 불행하게도 가동 10일 전 (블랙먼데이로) 주문량이 갑자기 늘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블루오션뿐 아니라 많은 브로커리지 회사와 매칭엔진 ATS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인터뷰하는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CEO
류효림 기자 =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2.5
-- 일각에서는 주문 취소가 블루오션의 손실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 절대 의도적으로 뭔가를 작업한 건 아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플랫폼 자체가 거래 내역을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거래를 롤백시킨 거였다. 그 내용은 우리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도 명백하고 투명하게 공유했다.
-- 재발방지 대책은.
▲ 이전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작년 1월부터 기존 시스템 대신 멤버스 익스체인지(MEMX)라는 시스템으로 갈아탔다. MEMX는 거래소 수준의 안정성을 제공한다. 그래서 그날 발생한 용량 문제, 주문 취소 같은 문제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거다.
-- MEMX에 대해 설명해달라. MEMX 플랫폼에서는 수용 능력이 얼마나 나아진 건가.
▲ MEMX는 찰스슈왑, 모건스탠리, 피델리티, 블랙록 등 월스트리트의 메이저 금융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하나의 거래소 플랫폼이다. 그만큼 신뢰할 만하다. MEMX는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거의 동급으로 간주된다. 브로커와 신규 거래소는 MEMX를 활용하고 있고 블루오션도 작년 1월부터 MEMX 시스템으로 이주 작업을 개시했다. 같은 해 8월 말에 이주가 끝났고, 전 세계 블루오션 고객사는 MEMX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 기존보다 100배나 수용능력이 증대됐고 일평균 거래량은 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만큼 버퍼가 엄청나다.
-- 블루오션이 하루 처리하는 거래량이 어느 수준인가. 여기서 한국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 사고 이전 하루 평균 3천만∼4천만주가 거래됐고 한국의 비중이 그중 65% 정도 됐다. 작년 8월 이후 한국 거래는 끊겼고, 한국 외 다른 글로벌 시장 거래는 꾸준히 늘어 안정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딥시크 충격과 31일 트럼프의 관세 충격 당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블루오션에서 3조2천억달러 규모가 안정적으로 거래됐다.
인터뷰하는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CEO
류효림 기자 =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2.5
-- 만약 서비스 재개 이후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한다면 보상을 제공할 수 있나.
▲ 기준을 만들기 위해 다른 거래소의 체계를 빌려왔다. NYSE는 시스템 장애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룰(rule) 18'이라는 체계가 있는데 블루오션도 이러한 보상체계를 작동시키고 있으며 홈페이지에도 공시했다. 우리 홈페이지는 블루오션의 현재 시스템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도 유저들에게 오픈해놨다.
▲ 국내 증권사들과 6개월째 중단 상태가 지속되는 이유는.
-- 우리도 이유를 모르겠다.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서 플랫폼 이주를 완료했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블루오션을 통해) 투자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새 보상 체계를 명확하게 발표했고 서비스 측면에서는 한국 사무실도 만들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 금융 당국에서는 아무런 접촉이 없고 연락해도 거절당한다. 증권업계에서도 주간거래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고 고객들의 문의도 많다고 한다. 모든 게 완벽히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놨고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고객들은 이미 활용하고 있다. 감독 당국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왔고 어떻게 바꿔왔는지 우리의 헌신을 들어줬으면 한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FINRA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SEC와 FINRA는 실사까지 완료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우리가 한 행위에 불법적인 게 있다면 당장 거래를 중단시켰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SEC로부터 어떠한 이슈 제기도 없었다.
-- 한국 투자자 또는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어찌 됐든 작년 8월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한국 투자자들에게 사죄드린다. 그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은 이미 다 조치했다. 한국에서 다시 (주간거래)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 고객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정식으로 오피스도 만들었고 대표도 임명했다. 한국에 대해선 집중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갈 거다. 아시아에서 미국 시장을 아시아 낮 시간대에 거래하고자 하는 요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다른 경쟁자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블루오션이 이 시장의 선두 주자로서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거다. 후발주자들은 우리가 통과한 더 나은 변화의 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