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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계좌 해외펀드 배당에 저율과세·과세이연 회복 난망…이유는
기사 작성일 : 2025-02-05 18:00:17

기획재정부 중앙동 청사


기재부 사옥 전경-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제공]

송은경 기자 = 올해부터 바뀐 세법으로 연금계좌 내 해외 펀드 배당 소득에 대해선 '이중과세'가 되는 논란에 정부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중과세 문제 외에 저율과세나 과세이연 등 기존의 세제 혜택은 이전 방식대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전 방식은 사실상 외국 정부에 낸 세금을 국고로 보전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과도한 혜택을 합리적으로 바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입장을 정부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간접투자회사 등을 통해 해외 금융상품 등에 간접투자하는 경우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을 종전 2단계 납부방식에서 투자자에게 소득 지급 시 외국납부세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합리화했다"며 "종전 방식의 경우 국외원천소득의 국내과세 여부와 무관하게 국세청이 외국납부세액을 선(先) 환금함에 따라 국고로 외국납부세액을 지원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은 '선(先) 환급, 후(後) 원천징수'였다. 간접투자회사(투자회사·투자신탁 등 집합투자기구)가 국외자산 투자소득에 대해 외국에서 세금을 징수당한 경우, 국세청이 외국에 납부한 세금을 먼저 간접투자회사에 환급해준 뒤, 투자자가 간접투자회사로부터 배분을 받을 때 국내 세율로 원천징수했다.

예컨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사서 주식 배당금을 재원으로 하는 분배금을 받게 될 경우, 작년까지는 미국 정부가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세율 15%) 하면 국세청이 펀드에 해외에서 낸 세금만큼을 환급(한도 14%)해주고, 투자자가 펀드에서 분배금을 받을 때 국내 세율(14%)에 맞춰 원천징수를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국세청은 펀드에 외국납부세액을 환급(14%)해주지만 투자자가 ISA 만기로 돈을 찾거나 연금을 수령할 때는 배당소득에 대해 9%(ISA) 또는 3∼5%(연금저축계좌)만 세금으로 납부한다. 결국 국고로 배당소득의 5% 또는 9∼11%를 보전해주고, 사실상 보전액은 해외 정부가 가져가는 꼴이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환급으로 보전해주는 금액이 조단위까지는 아니겠지만 연속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을) 올해부터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주식 배당주 ETF(상장지수펀드) 인기가 치솟으면서 더욱 부담되는 면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간접투자상품의 경우 외국납부세액을 환급해주는 제도가 사실상 없고 한국이 유일무이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6년 정부는 국내 펀드의 자산운용 대상 폭을 해외로 넓히고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간 과세불형평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간접투자 시에도 외국납부세액을 공제받는 제도를 시행했다.

또 당시에는 내국계 펀드를 활성화시켜 '동북아 금융허브'로서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정책적 고려도 있었으나, 현재는 미국 주식을 국내 주식보다 훨씬 선호하는 투자자들 성향상 이러한 제도 취지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펀드를 통해 해외 자산에 간접투자하는 경우 이중과세를 맞도록 내버려둔다"며 "직접투자는 모든 수익이 투자자에게 귀속되지만, 펀드는 여러 명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투자를 하는 구조라 간접투자와 직접투자 간 일대일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가 2021년 시행이 예고됐던 제도임에도 사전에 충분한 고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절세계좌' '만능계좌'라고 홍보하더니 뒤통수를 맞았다" "연금계좌에서 당장 배당형 ETF를 전부 매도하고 성장형 ETF로 갈아타야 하나" 등의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도 퇴직연금·개인연금 투자자들을 겨냥해 배당형 ETF 라인업을 꾸려왔으나 앞으로 상품 출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운용사 현업부서도 지난해 11월께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내려온 정부의 설명자료를 보고서야 세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3년 전 예고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과세 혜택을 줄 테니 장기투자하라는 정책을 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환태 금투협 산업시장본부장은 이날 금투협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계좌의 이중과세 논란에 대해 "연금계좌는 20∼30년 가져가는 장기 계좌고 해지, 중도 인출도 발생할 수 있다. 연금수령·연금 외 수령도 있고 또 실제 외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시점과 투자자가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의 괴리가 크다"고 설명한 뒤 "여러 케이스들이 있다 보니 퇴직연금과 관련해 올해 중으로 기재부와 협회가 논의해서 내년에 (개선안을) 시행하는 쪽으로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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