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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후 8일 갓난아기, 엄마로부터 강제분리…아기납치 아닌가요"
기사 작성일 : 2025-02-10 07:00:33

[※ 편집자 주= '나는 부모다 협회' 김수빈 회장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로 본인의 성장 과정과 자녀 분리 위기 경험, 젖먹이 강제 분리 등을 담았습니다. 다음 주 초에 나가는 두 번째 기사는 다양한 형태의 강제 분리를 다룰 예정입니다. 그다음 주 초에 송고되는 세 번째 기사는 아동 분리와 관련한 제도적, 구조적 문제 등을 담을 계획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적 스토리와 개인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김수빈 나부협 회장과 그의 첫째 아기 모습


이 아기는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이로 성장했다. [본인 제공]

윤근영 선임 기자= "생후 8일 된 아기와 강제로 분리된 지 16개월째입니다. 부부싸움으로 신고됐고,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이 와서는 아기를 강제로 데려갔습니다.

저희는 7개월 동안 아기 얼굴 한번 보지 못했습니다. 보호시설에 아기를 면회하러 갔다 오면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아기는 엄마 아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설어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되찾아오고 싶습니다"

(2023년 3월, 엄마의 글)

"만 3세와 1세의 우리 딸들이 끌려갔습니다. 00구청 직원이 갑자기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집 청소상태가 불량해서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맡기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납치하듯 데려갔습니다.

당시 집에는 아프신 시어머니와 도련님이 계셨는데, 무작정 데려갔다고 합니다. 부모가 없는 집에 마음대로 쳐들어와서는 이제 겨우 말문이 조금 트인 아이들을 데려갔습니다. 그러고는 어디에 보호 중인지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너무 기가 차고 슬퍼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물 한 모금도 못 삼키고, 잠도 자지 못합니다. 나는 00구청에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납치해서 낯선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 데려다 놓는 당신들이 더 잔인하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 아닌가요?"

(2023년 1월, 엄마의 글)


와 인터뷰 중인 김수빈 나부협 회장


[진성철 기자 촬영]

위의 두 사례 내용은 '나는 부모다 협회(나부협)'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김수빈(44) 나부협 회장은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와 3차례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는 아동학대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아이들을 강제 분리하는 일이 많다"면서 "이 과정에서 억울하고, 부당하고,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의 첫 번째 사례는 부부싸움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생후 8일밖에 안 된 아기를 납치하듯이 데려간 사건"이라면서 "부부싸움이 문제가 된다면 친정엄마에게 아기를 맡기면 되는데, 담당 아보전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걸 막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두 번째 사연과 관련해 "남편과 함께 택배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성실한 엄마가 올린 글"이라면서 "이 집의 청소상태가 불량하다고 하지만 내가 확인해본 결과 커튼이 좀 찢어져 있었고, 이불이 낡았으며, 실내 등이 다소 어두운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이런 청결 여부는 주관적 판단이어서 어떤 가정은 다소 어질러진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산다"면서 "아무리 아동 보호시설이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부모의 품 안에 있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이런 아동 분리가 사법부의 판단도 없이, 지자체와 아보전에 있는 소수의 20대 초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사법부의 명령 없이 누구도 아이들을 가정에서 분리할 수 없다"면서 "긴급한 상황이라면 그 이유에 대한 소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지자체와 아보전의 타깃은 한부모, 미혼모, 이혼, 저소득 가정 등 힘들게 사는 집"이라면서 "이들 가정에 대해서는 함부로 대해도 저항할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1980년생으로 건국대 농업생명과학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했으며, '환경사'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을 갔지만 학위를 마치지는 않았다. 그는 첫사랑이었던 남편과 결혼해서 남자아이 2명을 뒀다. 그런데 부부싸움의 이유로 아들들이 강제 분리될 위기에 처하자 2020년 12월 나부협을 창립했다.

비영리단체인 나부협에는 현재 1천5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아보전, 지자체 등에 의해 자녀를 억울하고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다.


부모 품에 안긴 어린 시절의 김수빈 나부협 회장


[본인 제공]

다음은 김수빈 회장과의 인터뷰 1차 기사 일문일답.

-- 본인의 고향은 어디인가.

▲ 나는 1녀 2남의 맏딸이다.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미국 시애틀로 이사 가서 5년 정도 살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마산, 인천, 일산 등 여러 곳으로 이사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역을 내 고향이라고 하기 어렵다. 시애틀로 이사 간 것은 대우그룹 직원이었던 아버지가 그곳 지사장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이었나.

▲ 아버지는 시애틀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신 후 다른 기업의 이사로 가셨다. 우리 집 살림은 한동안 어려웠다. 사람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고향 친구를 믿고 전 재산을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한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집, 고모 집 등의 지하 방에서 두 남동생을 포함한 다섯 식구가 얹혀살아야 할 정도였다. 그러니 부모님이 고생이 많으셨다. 아버지는 후에 개인사업을 시작하셨고, 내가 여고를 다니던 IMF 외환위기 때부터는 살림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 본인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 명문대 재료공학과 출신인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로빈슨크루소', '여자의 일생' 등 명작들을 많이 사주셨다. 내가 독서에 눈을 뜨게 해주신 분이 아버지다. 나는 어린 시절 독서에 빠진 덕분에 학교 국어시험에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어머니도 명문대 서양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나에게 성경을 읽게 해주시고 하나님을 알게 해주신 분이다. 외가 쪽으로 나는 기독교 모태신앙 5대 신자다.


유치원 다닐 무렵의 두 아들과 함께 한 김수빈 나부협 회장


[본인 제공]

-- 본인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였나.

▲ 많은 엄마가 그러하듯 출산의 순간이었다. 아기를 처음 본 순간 다른 문제들이 모두 시시해졌다.

-- 본인 인생에서 역경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 2021년 말 아보전이 나의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해서 대치했을 때다. 엄마들에게는 아이가 아픈 일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한다. 하물며 아이를 빼앗긴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아이를 빼앗기면 그때부터 부모의 정신은 나가고 만다. 그리고 아보전의 노예가 된다.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 한 번 못 하고, 몇 년간 아보전에 끌려다닌다. 아보전의 심기를 건드리면 아이를 영원히 돌려받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 지금도 아보전이 분리 권한을 갖고 있나.

▲ 2020년 '정인이 사건' 이후에 과도기를 거쳐 2024년 무렵부터는 아이의 분리책임이 지자체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보전은 아동 분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자체의 아동 담당 공무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아보전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아보전은 누가 운영하나.

▲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아동 관련 기관들의 점유율이 높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대전용산초 심미영(가명) 선생님의 순직 사건에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를 저질렀다고 했다. 심 선생님이 억울한 마음에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이 기관은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분노한 시민들은 세이브더칠드런에는 기부하지 말자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운구차량 못 보내는 대전용산초 심미영 선생님의 어머니와 아버지


순직한 심미영 선생님의 운구 차량이 2023년 9월 9일 오전 고인이 재직했던 대전용산초등학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하자 고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운구 차량에 기대어 오열하고 있다. [ 사진]

-- 본인이 아보전과 대치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그건 남편과의 갈등으로 시작됐다. 남편은 정신적 문제가 있었고, 이혼하고 싶어 했다. 우리 집 재산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남편은 자기에게 유리한 이혼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내가 우리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허위 신고를 경찰에 반복적으로 했다. 그때가 2020년이었다.

-- 그때 아보전이 개입했나.

▲ 남편이 다섯차례 신고했을 때쯤 아보전 직원은 "한 번 더 남편의 신고가 들어오면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분리하겠다"고 했다. 남편의 신고는 부부싸움으로 간주될 수 있고, 부부싸움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 직원은 내 앞에서 손뼉을 쳐 보이면서 "양쪽 손이 이렇게 부딪혀야 박수 소리가 나듯이 부부싸움도 양쪽이 잘못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 본인은 남편에 의해 반복적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혼내는 등 뭔가 행동을 했으니 남편이 신고한 것 아닌가.

▲ 그렇지 않다. 남편의 신고내용은 아동학대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예를 들면, 나는 당시 집에서 유치원생이었던 어린 두 아들과 색종이를 오리면서 놀아주고 있었는데, 남편은 내가 가위로 아이들을 위협했다고 신고했다. 집에 있는 음식에서 단맛이 났는데, 아이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였으니 아동학대라면서 신고했다. 남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이런 신고를 반복적으로 한 것이다. 경찰은 이런 사정을 이해했지만 아보전은 우리 아이들을 끌고 가려 했다.


2021년 7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김수빈 회장


김수빈 나부협 회장이 "가벼운 훈육체벌은 신체 학대가 아니라는 헌재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본인 제공]

-- 결국 본인의 아이들은 강제 분리됐나.

▲ 남편은 추가신고가 들어오면 아동학대로 아이들을 분리하겠다는 아보전 직원의 말을 듣고는 5차례 더 신고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소중한 아이들을 빼앗길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도 구하고, 국민청원도 넣었다. 나부협도 만들었다.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아이들을 빼앗긴 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당시 아보전의 반응은 어떠했나.

▲ 아보전이 불러서 그들의 사무실에 간 적이 있다. 아주 젊은 여직원이 나왔다. 나는 "아보전이 우리 아이를 부당하게 분리하려 하는데, 나는 사람들을 모아서 탄원서도 내고, 변호사도 구하고,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은 "해볼 테면 해보세요. 우리가 아동학대로 걸어서 무죄 받은 사람은 전국에 1명도 없어요"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저들이 무엇을 믿고 저렇게 당당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막막함을 느꼈다.

-- 그런데 본인은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 아닌가.

▲ 남편은 나의 첫사랑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의 짝꿍이었고, 잘생긴 아이였다. 남편은 우리 집의 아랫집에 살았는데,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이사 가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다. 그러다 31세에 연락이 왔고, 32세에 결혼했다. 33세에 큰아이를 낳았다. 결혼 전에 남편의 이상 증세가 약간 보였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강해서 헤어질 생각을 못 했다. 남편의 이상 증세는 결혼 후 뚜렷해졌다.


아동복지법 실질 개정 촉구 시위를 벌이는 교사들


교사들은 서이초사건을 계기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이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이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여러 차례 벌였다 [ 사진]

-- 위에서 언급된 생후 8일 아기 분리 사례의 경우, 언뜻 8개월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이렇게 어린 아기도 분리되나.

▲ 생후 8일이 맞다. 이 아기의 엄마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112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때도 남편이 욕설을 내뱉고 밀쳤기 때문인데,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엄마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씌워진 것이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태어난 지 8일밖에 안 된 아기는 이렇게 부모로부터 분리됐다.

-- 왜 아기 엄마한테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나.

▲ 나부협을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는데, 부부싸움을 하면 주로 아이 엄마한테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다. 아보전이나 지자체가 아기 아빠보다는 아기 엄마를 만만히 보기 때문이다. 아기 엄마가 아기 아빠한테 일방적으로 얻어맞아도 아기 엄마한테만 아동학대 혐의를 씌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 생후 8일 된 아기 사안에서 엄마와 분리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나.

▲ 아기 엄마는 분리가 잘못됐다고 아보전에 하소연해도 들어주지 않자 아기를 친정집에 맡기면 안 되냐고 물었다. 아보전은 "부모가 살아있으면 아기가 외할머니 집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이건 거짓말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분리 시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는 대체 부모는 친인척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낯익은 사람이 아이한테 낫기 때문이다. 보호시설은 맨 나중 순위다. 부모가 살아 있으면 아기가 친척 집에 갈 수 없다는 것은 관련 법령 어디에도 없다. 아보전과 지자체 공무원 등은 부모들에게 이런 거짓말을 자주 한다.

--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하나.

▲ 아동 분리가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동관련 기관과 시설로서는 아이를 많이 분리할수록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수입이 늘어난다. 지자체 아동 담당 공무원은 계약직인 경우가 많은데, 분리 실적이 자기 직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다른 문제는 그들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체로 경험이 1년 안팎에 불과한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어서 복잡한 가정사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그 아기 엄마는 분리된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기를 면회했다고 하던데, 왜 면회를 안 시켜주나.

▲ 부모의 접근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건 심각한 학대다. 아기는 끌려가면서 한없이 울고, 시설에 가서도 목이 쉬도록 운다. 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 집의 아기도 면회 온 부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낯설어해서 엄마가 많이 슬퍼했다. 젖먹이 아기 때는 눈맞춤 한 번도 매우 중요하다. 쥐의 경우 생후 2일 된 새끼 쥐를 엄마 쥐로부터 분리하면 성격 장애가 온다고 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강제분리로 인한 아동인권 침해 괜찮은가"


2022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아동 강제분리의 문제점을 다루는 심포지엄이 열렸다.[김수빈 나부협 회장 제공]

-- 위의 사례들을 보면 지자체와 아보전이 부부싸움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간주하는 일이 많은 듯한데.

▲ 2024년 1월에는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기가 잠든 사이에, 부모가 싸운 일이 있었다. 그 집 주변 사람이 집에 소음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청 직원은 부부싸움을 했으니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했다. 그리고 아기를 데려갔다.

-- 부부 싸움은 아이가 잠자는 동안에 일어났는데, 왜 정서적 아동학대인가.

▲ 설령, 아이가 깨어 있을 때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를 분리할 만큼의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어떤 가정도 부부싸움은 한다. 부부 상담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안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서로 말도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곪아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견이 다르면 이야기를 하는 게 좋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

--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가 불안해하는 것은 사실 아닌가.

▲ 부부싸움을 이유로 아이를 끌고 가는 것이야말로 더 심각한 아동학대다. 시설에 가면 아기는 젖도 못 먹는다. 아무리 울어도 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아빠 얼굴도 못 본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동학대가 아니고 뭔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대법원 모습


[EPA]

--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있는 것이 확인됐고, 앞으로 재발할 우려가 높다면 아이의 안전을 위해 강제 분리하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

▲ 분리 자체가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조사와 확인, 근거 없이 분리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부모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아이를 끌고 간다. 어디로, 왜 데려가는지 설명도 없다. 부모는 아이를 볼 수도 없고, 통화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납치와 다름없다. 이건 명백한 인권탄압이다.

-- 지자체의 분리 조치가 타당한지는 결국 사법부가 판단하지 않나.

▲ 한국에서는 사법부의 판단 과정이 없다. 그러니 억울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법적 명령을 받아야 아이를 분리할 수 있다. 사법적 명령 없이 긴급한 분리를 할 수도 있는데, 그 조치가 꼭 필요했다는 소명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강제 분리가 되면 부모는 재판에서 소명할 기회가 있다. 부모는 분리 직후에 아이와 소통할 수도 있다. 아이를 돌봐줄 친척이 있는지에 대한 대가족 조사와 주변인들 인터뷰도 진행된다. 적합한 친척과 지인이 있으면 아이는 그들에게 맡겨진다.

-- 지자체나 아보전이 아동 분리를 잘못했다면 어떻게 되나.

▲ 미국에서는 그런 사람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엄격하다. 미국 사법부는 한 사회복지사가 긴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했다는 이유로 9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일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처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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