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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전쟁 확전에 전세계 비상…유럽 '즉각 대응' 천명
기사 작성일 : 2025-02-10 12:01:01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추가로 꺼내들면서 긴밀한 교역 관계로 얽힌 전 세계 경제주체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는 유럽의 정상들 사이에서도 '즉각 대응'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다국적 기업들은 증폭되는 불확실성 속에 투자를 보류하고 앞으로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9일 발표했다.

또한 11∼12일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와 동등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4일 부과하기 시작한 대중(對中) 추가 10% 관세에 대해 중국 측이 베이징 시간으로 이날 0시(미 동부시간 9일 오전 11시)를 기해 '대미 보복 관세'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관세 폭탄' 투하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멕시코·중국을 보편 관세로 압박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상호 관세,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

이런 가운데 유럽 정상들의 발언은 점차 단호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프 독일 총리는 이날 차기 총선 토론회에서 미국의 관세에 맞서 '고통을 줄 대응 방안'(list of cruelties)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 외교적인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유럽연합(EU)은 1시간 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CNN과 인터뷰에서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의 물가가 오르게 된다. 그것을 원하느냐"며 유럽과 미국의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우리 자신을 위해"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자 무역 비중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25% 부과 방침에 철강 업종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수입 물량의 15%를 차지하는 유럽 경제계의 걱정도 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에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독일 RWE의 마르쿠스 크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관세 위협으로 인해 미국에서의 풍력·태양광 발전 관련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등 미국에서 생산되는 중간재들은 수입이 불가피한데, 어떤 품목을 들여올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크레버 CEO는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서둘러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문제는 관세 자체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며 "불확실성이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짐 로언 볼보 CEO [로이터= 자료사진]

덴마크 물류업체 노르덴의 얀 린드보 CEO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EU가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을 경우 이중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경제가 모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률 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플랜B를 숙고하는 모습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주류 회사 디아지오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에 2억 달러(약 2천900억원)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도 관세로 인한 타격을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 역시 일찌감치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한 올해 수익률 악화 가능성을 경고해 둔 상태다.

볼보의 짐 로언 CEO는 만약 미국이 EU에 부과하는 관세가 2.5∼10% 수준이라면 감당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높아진다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거대 석유회사 셸 등도 미국 내 생산량 증대를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 패트릭 푸얀네 CEO는 "중국 측에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호주나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해달라고 요청했고, 우리는 미국산 LNG를 아마도 유럽 등 다른 곳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를 피해 무역을 이어갈 '대안 경로'를 찾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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