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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리나라에서 우표가 사라진다?
기사 작성일 : 2025-02-12 08:00:36

2025 을사년 우체국 연하우표


류효림 기자 = 2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우표박물관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2025 을사년' 연하우표·카드를 소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025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연하우표와 연하카드·엽서 14종을 발행했다. 2024.12.2

심재훈 기자 = 40~50대 이상이라면 어릴 적에 우표를 붙여 친구나 친척 등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 추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이처럼 우표는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중요한 송달 수단인 우편의 요금을 낸 표시로 우편물에 붙이는 증표였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표 관련 얘기가 나오면 "아직도 우표를 쓰나"", "요새 우표를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심지어 10대는 우표가 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우표가 사라지고 있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표는 디지털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사용되지만 2000년대를 기점으로 우표 발행과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는 이메일, 메신저 등 디지털 통신 수단의 발달과 함께 우편 서비스 자체의 이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공문서나 청첩장에 종종 우표가 사용되며 등기우편, 국제우편 발송에는 우표가 필요하다. 현재는 문화·기념일 용도의 기념우표 중심으로 발행되며 실질 사용보다는 수집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 우리 역사와 함께한 우표…1970~80년대 비약적 발전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는 1884년 11월 18일에 발행됐다.

이 우표는 '문위우표(文位郵票)'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이 설립되면서 함께 발행됐다. 문위우표는 5문, 10문, 25문, 50문, 100문의 5종으로 계획됐지만 실제로 5문과 10문 두 종류만 우정총국 개국 일까지 도착해 사용됐다. 이 우표들은 서울(한성)과 인천(제물포) 사이의 우편물에 사용됐다. 하지만 갑신정변의 실패로 인해 우정총국이 1884년 12월 8일에 폐지되면서 문위우표 사용도 20일 만에 중단됐다.

1895년 을미개혁으로 우편 산업이 재개돼 태극 우표가 5푼, 1돈, 2돈5푼, 5돈 등 4종류로 발행됐다. 하지만 1905년 일본이 우리나라 통신권을 강탈하면서 우리나라의 우표 발행이 40년간 중단됐다. 1945년 광복 후 미군정에 의해 우편제도가 운영됐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체신부가 설치되고 우편법이 제정되면서 '대한민국우표'라는 표시와 함께 정부 명의로 우표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2024 대한민국 우표 전시회


류영석 기자 = 18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우표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역대 발행된 우표 엽서를 관람하고 있다. 2024.7.18

이후 전국에 '1면 1국' 원칙에 따라 우체국이 비약적으로 증설됐으며 1970년 우편 번호제와 규격 봉투제가 시행됐다.

1997년 10월부터 e-그린우편(전자우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우편과 첨단 정보통신이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우편서비스였다. 2000년 12월부터 인터넷우체국을 개국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우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우체국 택배 접수신청, 국제우편(EMS) 방문 접수 신청, 주소이전 신고 서비스 등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우표는 초기에는 단순한 디자인이었으나 점차 복잡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국가 행사나 역사적 사건, 문화유산,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도 다루기 시작했으며, 단일 우표에서 시리즈 우표, 특별 우표 등도 나왔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나라 우표는 단순한 우편요금 납부 수단을 넘어 시대의 흐름과 문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부산간 고속도로 준공 기념우표(1970년), 88서울올림픽 기념우표(1988년), 올림픽대회 마라톤 제패 기념우표(1992년), 월드컵 한국·일본 개최 기념우표(2002년), 서울 G20 정상회의 기념우표(2010년), 세계한인의 날 기념우표(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막 기념우표(2018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기념우표(2000년),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 기념우표(2020년) 등이 대표적이다.

◇ 주목받는 기념우표들…1억6천만원 평가받기도

우표하면 떠오르는 게 기념우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우표들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로 이승만 전 대통령(1·2·3대)과 박정희 전 대통령(5·6·7·8·9대) 취임 기념우표가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독도 우표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발행 당시보다 가치가 10배 이상 올랐다. 발행량이 적고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논란 때문이었다. 유엔군 6·25 참전 기념우표는 1952년 한국전쟁 중에 발행돼 당시에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우표 중 가장 희귀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산업도안 보통우표20환 물결무늬 투문 전지'다. 이 우표는 1955년에 발행됐으며 완전한 전지 형태로 남아있는 유일한 우표로 평가액이 1억6천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는 27장만 발견돼 평가액이 1억 원에 이른다.


역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살펴보니...


우정사업본부는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째가 되는 오는 17일 기념우표(맨 오른쪽)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역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들. 위 왼쪽부터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아래 왼쪽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2017.8.9 [우정사업본부 제공=]

해외의 경우 지난해 9월에 175년 전 독일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우표가 경매에서 44만유로(6억6천만원)에 낙찰됐다.

이 우표는 현재 독일 바이에른주에 해당하는 바이에른 왕국이 1849년 11월1일 발행을 시작했다. 당시 이 지역 화폐 단위로 액면가 '1크로이처'가 검은색으로 인쇄돼 '슈바르처 아인저'(검은 1)로 불린다. 이 우표는 유일하게 발행 첫날 소인이 찍힌 채 보전돼 독일 우편 역사상 가장 귀한 보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표는 1840년 5월 영국에서 발행된 우표 '원 페니 블랙'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옆모습이 새겨진 이 우표는 2021년 경매에서 입찰가 380만파운드(68억원)까지 나왔으나 경매사가 정한 최저가에 못 미쳐 거래가 불발됐다.

◇ 일반 우편물에 우표 사용 0.7% 불과…우취 인구도 줄어

우리나라에서 우표 사용이 크게 줄면서 우표 수집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일반통상우편물 중 우표를 붙인 우편물은 2천482만통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해 우표 사용이 매우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나머지 99.3%의 우편물은 요금 별납이나 요금 후납, 요금 선납 라벨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대량의 우편물을 처리할 때 사용된다.

우편 서비스 이용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01년 일반통상우편물이 50억 통이었는데 2018년에는 33억통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우체통 수도 2001년 3만8천662개에서 2018년 1만2천553개로 감소했다.


1인당 우편이용 물량(접수물량 기준)


[출처=e-나라지표]

통계청의 e-나라지표에 따르면 1인당 우편 이용 물량은 2014년 83.5통에서 2015년 78통, 2016년 75.3통, 2017년 71.9통, 2018년 69.6통, 2019년 65.9통, 2020년 60.3통, 2021년 57.2통, 2022년 56.1통, 2023년 51.5통이었다. 접수 우편 물량은 2014년 42억통, 2015년 40억통, 2016년 38억통, 2017년 37억통, 2016년 36억통, 2019년 34억통, 2020년 31억통, 2021년 29억통, 2022년 28억통, 2023년 26억통으로 매년 줄었다.

1인당 우편 이용 물량은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서구 국가의 경우 금융거래 내역 및 개인의 수표 발행까지도 우편으로 발송 처리하는 등 우편 이용물량이 늘었지만 우리나라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IT) 기술을 발달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 우편 대체 통신수단이 선진국보다 활성화돼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 맞아 기념 우표 발행


김인철 기자 = 28일 서울 중구 우표박물관에서 직원이 '유관순 열사 100주년' 기념우표를 소개하고 있다. 2020.9.28

1970~80년대에는 우표 발행일에 사람들이 우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고 일부 기념우표는 발행 즉시 매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취 인구(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감소 추세다. 우리나라 우취 인구는 2006년 14만4천명, 2007년 14만5천명, 2008년 13만명, 2009년 12만5천명, 2010년 12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새 우표가 발행될 때마다 일정 분량을 구입하겠다고 우체국에 신청한 등록자를 합산한 수치다.

이처럼 우표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줄어들자 우편 요금을 대신할 목적으로 한 보통 우표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기리는 기념우표의 판매량도 감소세다. 2001년에는 기념우표 7천510만여장이 팔렸지만 2010년에는 3천491만여장으로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 디지털 통신 발달에 우표 쇠퇴…젊은 세대엔 '유물'

우표의 쇠락은 휴대전화·이메일·메신저·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통신의 발달이 직접적 원인이다. 편지를 써야 할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통되는 종이 우편에도 증지 등 우표 대체물이 대거 쓰이면서 일상에서 우표를 접할 기회가 급감했다. 정부가 초·중·고교에 우표 수집 활동을 지원하고 관련 박람회도 열지만 젊은 세대가 우표를 '유물'로 취급하면서 취미 인구가 늘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 환경이 조성되면서 우표는 남에게 전달하기 위한 '통신' 기능보다는 구매자가 직접 소유하고 감상하는 '문화'적 의미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사전 판매 완판된 BTS 우표


류영석 기자 = 12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모델들이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우표를 선보이고 있다. 2023.6.12

보통 우표 발행 비중은 2005년 84.7%에서 2006년 82.9%, 2007년 77.6%, 2008년 73.9%, 2009년 59.7%, 2010년 75.3%로 줄었다. 반대로 기념우표 비중은 15.3%(2005년), 17.1%(2006년), 22.4%(2007년), 26.1%(2008년), 40.3%(2009년), 24.7%(2010년)로 늘었다.

편지가 통신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시절 사람들에게 친숙했던 보통 우표는 무궁화, 태극기, 천연기념물, 국보 등이 사진과 그림 형태로 실렸다. 그러나 기념우표는 한국의 관광지 사진이나 김연아 등 동계올림픽 스타들과 방탄소년단 BTS 등 연예인 사진을 싣기도 하고 직사각형 일변도에서 벗어나 삼각형·부채꼴 등 다양한 모양으로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노력에도 우리나라 우표 발행량은 2005년 2억7천583만장, 2006년 2억4천736만장, 2007년 2억1천18만장, 2008년 2억2천205만장, 2009년 1억1천720만장, 2010년 1억4천746만장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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