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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 단편영화 지원"…김미라 전 동의대 교수 별세
기사 작성일 : 2025-02-12 18:01:19


[작은영화영화제 제공]

이충원 기자 = 대학에선 프랑스 실험극 작가 전집을 번역하고, 퇴직 후에는 사재를 털어가며 부산 지역 젊은 영화인을 지원한 김미라(金美羅) 전 동의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오전 1시20분께 부산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2일 전했다. 향년 73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숙명여고, 한국외대를 졸업했고, 1980∼2014년 동의대 교수로 강단에 섰다. 대학생 때 본 현대 전위연극의 기수 페르난도 아라발(1932년생 생존 작가)에 빠져 1981년부터 10여년간 아라발 희곡 전집을 번역 출판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아라발은 인간의 원시적 감정인 공포와 불안을 기괴한 무대 언어로 형상화한 '공황 연극'의 창시자로 불린다.

퇴직 후에는 '김라 감독'으로 활동하며 사비로 문화공간('공간나라')을 운영하는 등 단편 영화 지원에 매달렸다. 직접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2016)와 '꿋꿋이 서있다보면'(2021)을 찍는가 하면 젊은 영화인들을 지원하려고 2017년 '작은영화공작소'를 만들었고, 2017년부터 매달 젊은 영화인들과 함께 '작은영화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들 김신씨는 "'공간나라'를 마련하실 때 '1가구 2주택'을 피하려고 살던 집을 판 뒤 전셋집에 살면서 연금까지 보탰다"며 "평생 상업예술이 아닌 것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지인 박배일 감독은 페이스북에 "(투병 사실을) 알리면 영화인들이 부담스러워할 거라며 아들에게만 병을 알렸는데…"라며 "끝까지 우리를 배려했던 분. 저와 제 동료들은 선생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지친 이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서로에게 기대어, 또 힘껏 활동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남편은 1989년 이른바 '5·3 동의대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입시부정 폭로로 17년간 해직됐던 김창호(73) 전 동의대 영문과 교수. 김 교수와 사이에 아들 김신(한국교직원공제회 대리)씨가 있다. 고인은 이날 발인을 거쳐 정관추모공원에 안장됐다.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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