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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생존 어려운 日 혼다·닛산, 새로운 합종연횡 모색할까
기사 작성일 : 2025-02-13 18:00:57

닛산자동차와 혼다 사장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 박상현 특파원 = 합병을 통해 영업이익 3조엔(약 28조2천억원)이 넘는 세계 최고 수준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려 했던 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구상이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혼다와 닛산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경영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정식 결정했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비야디) 등 전기차 업체의 대두로 자동차 업계가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사는 다시 새롭게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닛산자동차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혼다, 닛산 구조조정안 불만에 자회사화 제안…닛산 강력 반발로 합병 불발

혼다와 닛산은 2023년 세계 판매량이 각각 398만대와 337만대였다.

세계에서는 7, 8위이고 일본에서는 부동의 1위인 도요타자동차에 이은 2, 3위였다. 두 업체 판매량을 합하면 세계 3위인 현대차그룹(730만대)보다 많았다.

지난해 판매량은 혼다가 380만7천대, 닛산이 334만8천대로 모두 소폭 줄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두 회사 사이에 큰 차이가 없지만, 시가총액은 혼다가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보다 5배가량 많다. 반면 역사는 닛산이 더 길고, 기업 문화도 물과 기름처럼 다른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혼다에는 연령, 직위와 관계없이 속마음을 터놓고 논의하는 문화가 있다"며 "닛산은 종적 관계가 강해서 관료주의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직장 문화가 상이한 두 회사는 내년 8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향으로 합병 협의를 시작했다.

다만 혼다가 경영이 악화한 닛산을 구제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주도권은 혼다가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혼다는 닛산 측에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닛산은 이에 호응하지 못했다.

NHK는 "혼다에는 닛산의 경영 재건 대책 실효성과 경영진 의사소통 속도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며 혼다 내부에서 닛산에 위기감이 없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혼다는 닛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닛산 주식을 전량 취득해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대등한 통합'을 원했던 닛산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고, 닛산에서는 통합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혼다의 자회사화 제안을 계기로 양사 간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합병 논의는 물거품이 됐다.

교도통신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지 않아 (합병) 논의가 심화하지 않았다"며 "양사의 경쟁력 확보에는 암운이 드리웠고 경영은 갈림길에 섰다"고 짚었다.


혼다 로고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전문가 "혼다·닛산 단독 노선 쉽지 않아"…도요타 전략 참고할 수도

이견과 갈등으로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혼다와 닛산은 이제 원점에서 경영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양사는 모두 지난해 판매량이 처음으로 BYD에 뒤지는 등 위기에 직면했다.

교도통신은 "판매가 부진한 닛산의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륜차 사업 이익률이 과제인 혼다도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양사 모두 단독 노선으로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 많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혼다도 닛산도 차세대 자동차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합종연횡의 막이 오를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 신문은 혼다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지만, GM이 현대차와 협력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혼다와 GM 간 연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혼다가 폭스바겐처럼 규모가 훨씬 큰 업체와 협력할 경우 독자적으로 구축한 기술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도요타가 마쓰다, 스바루 등과 느슨한 자본 제휴를 맺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혼다도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와 유사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닛산의 경우 경영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의 움직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전날 대만에서 취재진에 닛산 최대 주주인 르노 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수가 아닌 협력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산케이는 "혼다가 닛산과 협업에 관심을 유지한다면 르노의 주식 취득을 둘러싸고 폭스콘과 줄다리기를 하거나 폭스콘이 혼다를 끌어들여 닛산과 연계하는 새로운 틀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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