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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있다고 의료급여 못 받아 눈물 흘리는 빈곤층 줄어든다
기사 작성일 : 2025-02-20 07:00:34

시민단체,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촉구


한상균 기자 =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29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4.10.29

서한기 기자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중에서 의료급여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른바 '부양의무자 기준'이 점차 완화하면서 자녀 등 부양책임을 짊어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지 못해 눈물 흘리는 빈곤층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가가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 각종 급여를 지원해서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공공부조 방식의 사회보장제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사회경제적 환란 와중에 빈곤 문제에 대처하고자 1999년 9월 제정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근거해 2000년 시행됐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른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와는 달리 의료급여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받는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재산이나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을 충족해도 가족이 살아 있고 일정한 소득과 재산이 있다면 각종 급여를 받을 수 없게 한 장치다. 국가보다 가족이 먼저 부양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낳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해도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탓에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꺼번에 완전히 폐지하기는 아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고, 의료적 필요도와 효율적 재정지출 등을 고려해서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기준을 조정해 부양가족 유무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정부는 의료급여 대상자를 선정할 때 빈곤층 본인과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을 고려해왔는데, 작년부터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수급자 가구의 경우에는 일부를 제외하곤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등 단계적으로 장벽을 낮추고 있다.

다만 연간 소득 1억원(월 소득 834만원) 또는 일반재산(주거용) 9억원(공시가격)을 초과하는 부모나 자녀 등이 있으면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가구일지라도 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다.

정부는 2013년 이후 동결됐던 의료급여 대상자의 부양의무자 기본재산액 공제금액을 작년부터 기존 1억150만원∼2억2천800만원에서 1억9천500만원∼3억6천40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기본재산액은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제외하는 재산총액을 말한다.

정부는 기존에는 부양의무자의 기본재산액 공제 기준을 지역에 따라 3급지(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로 분류해왔는데, 지난해부터 4급지(서울, 경기, 광역·창원·세종, 기타) 체계로 나눠 현실화했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의료급여 수급 대상자가 크게 확대돼 2026년까지 5만명 이상이 새롭게 의료급여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나아가 올해 1월부터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의 이른바 '간주 부양비'를 낮췄다.

정부는 의료급여를 신청한 빈곤층 부모와 부양의무자인 자녀의 소득·재산을 따져 수급자 여부를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녀 소득의 일부를 부양비 명목으로 부모 소득으로 잡는다.

작년까지 자녀가 아들이면 소득의 30%를, 딸이면 15%를 부모에게 부양비로 준다고 간주했는데, 올해 1월부터는 아들·딸 차등 없이 일괄적으로 10%로 인하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3천명가량이 신규로 의료급여 수급자가 될 것으로 본다.

소득·재산 등이 의료급여 선정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국내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의 40% 이하에 불과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50만∼60만 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급여는 생활 유지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에게 발생하는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국가가 세금으로 의료비를 보조해주는 제도인데, 근로 능력에 따라 1종(근로 능력 없음)과 2종(근로 능력 있음)으로 나뉜다.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병원 입원이 무료이고, 외래 진료를 받을 때도 1천∼2천원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2종 수급권자는 입원비의 10%, 외래 진료비의 15%(동네 의원은 1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함께 발간한 '2023년 의료급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51만7천41명, 급여비는 총 10조8천809억원이었다.

의료급여는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시·군·구(읍·면·동)에서 연중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상담센터 또는 거주지 시·군·구청이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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