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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해외에서 더 놀라"…한국 대외 신인도 정말 괜찮나
기사 작성일 : 2024-12-05 18:00:18

발언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8 [사진공동취재단]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국내에선 정치 상황을 계속 봐 왔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라도 하는데, 해외에선 정말 쇼크(충격)가 온 것이라 제 전화기, 이메일로 정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엄 사태 이후 해외 지인들의 문의 폭주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 총재는 평소에도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038340] 명예교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친분이 두터운 세계 경제·금융 대가·석학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 자금 경색이 심각했던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도 "지인들과 매일 새벽까지 국제 전화로 관련 의견을 나누느라 잠이 부족하다"고 직접 고충을 토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번 사태 자체에 대한 해외의 큰 관심 또는 걱정이 곧바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로 벌어진 계엄 사태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경제 성장 모멘트(동인·동력)를 해외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분리해서 판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김민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뉴욕장에서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1,440원대까지 오른 후 상승폭을 줄였다. 4일(현지시간) 새벽 2시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3시30분) 종가 대비 23.70원 오른 1,4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환율·CDS 등 계엄 전 수준 회복 중…"과거 탄핵 정국 때도 영향 미미"

이 총재처럼 해외투자자들이 급격히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가 단기에 수습될 경우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중장기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안정성과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우려도 없다"며 "특히 빠른 계엄 해제를 보고 민주적 제도가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많다"고 전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도 "거시적 차원에서 4분기 경제 주체의 심리, 일부 내수 서비스 활동 측면에서 다소 하방 리스크(위험)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예전 비슷한 사례를 보면 영향은 단기적이고 바로 회복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이날 "과거 경험으로 미뤄 (계엄 이후 탄핵 정국 등이) 길게 가더라도 정치적 프로세스와 경제적 프로세스가 분리될 수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데이터를 보면 단기적 영향도 이번보다 작았고, 장기적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이 탄핵 해제 당일 시장의 자금 경색 등을 막기 위해 거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 빠르게 내놓는 등 투자자 심리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실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당국 등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신속한 조치들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지표에서도 계엄 선포 직후 1,440원대까지 뛰었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10원대에 머물고 있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도 36.94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가 현재 탄핵 직전과 비슷한 34bp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권의 경우 주식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매도 우세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여전히 흘러들고 있다. 외국인 주식 매도도 트럼프 재선 관련 우려 탓에 탄핵 이전부터 뚜렷한 추세였다는 분석도 있다.

◇ "장기 정치 혼란으로 관세 문제 등 대응 못하면 피해 커져"

하지만 앞으로 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을 거쳐 길게는 수 년간 한국 정치의 혼란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경제·통상 충격과 맞물려 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신인도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정치 이슈가 길게 끌면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결국 대외 신인도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벌써 국내 소비 부문에서 예약도 끊어지고, 한국 여행 금지 등으로 외국인 방문객의 소비도 줄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수입 업체들이 외국에서 대출받기도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하면서 관세 등 무역정책 관련 외교적 대응이 절실한데,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대응이 부실하면 경제적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2025년으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 역시 "과거 탄핵 정국 시절과 비교해 지금 내수가 약하고, 재정정책 집행의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경제 타격이나 신인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 경제성장률 추이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잠정치)이 속보치와 동일한 0.1%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해외투자자들에 한국 경제 정책 일관·연속성 믿음 줘야"

결국 이번 사태의 경제 파장을 최대한 줄이는 일은 정치적 갈등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기에 수습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나 각종 구조개혁 등 한국 경제에 매력을 더하는 정책들이 일관되게 추진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최대한 많은 해외투자자와 만나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여러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정권 등이 바뀔 때마다 사라지지 않고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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