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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 충격에…원화, 이달 들어 주요국 중 가장 약했다
기사 작성일 : 2024-12-08 07:00:03

딜링룸


[ 자료사진]

민선희 기자 = 비상계엄 사태·탄핵 정국 등으로 지난주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중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한 주간 24.5원(주간거래 종가 기준) 뛰었다.

지난주 상승 폭은 지난 1월 15∼19일 25.5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환율은 지난달 29일 1,394.7원에서 지난 6일 1,419.2원으로 오르며 1,400원대가 고착화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급등해 4일 오전 12시 20분에는 1,442.0원까지 뛰었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장 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 변동 폭(야간 거래 포함)은 41.5원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과 단기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달러가 급격한 강세를 나타냈던 지난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최대였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원화 자산을 둘러싼 투자 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은 원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주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가장 약세였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주 달러 대비 1.86% 평가 절하됐다.

반면 유로화( 0.03%), 엔화( 0.10%), 파운드화( 0.26%), 대만달러( 0.51%) 등은 달러 대비 강세였다.

역외 위안화(-0.36%), 호주달러(-1.32%) 등은 달러 대비 약세였지만, 원화보다는 절하 폭이 크지 않았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과 반도체 경기 우려 등으로 11월부터 투자 심리는 좋지 않았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등은 12월 들어서 주가도 오르고 조금 반등하는 추세인데, 원화 자산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대비 주요 통화 등락률


[연합인포맥스 제공]

외환 당국은 계엄 사태 이후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국이 시장 개입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지만, 지난 3일 등에 환율이 급등할 때는 적극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6일에도 탄핵정국과 관련해서 환율이 갑자기 1,429.2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 추정 물량이 나오자 상승 폭이 줄었다.

외환 당국 '투톱'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계엄 사태에 따른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미·일·중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금융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서한을 보내면서 "비경제적 요인으로 발생한 혼란은 건전한 경제 시스템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도 연일 국내 기자단 간담회, 외신 인터뷰를 이어가며 탄핵 정국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고 금융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엄 사태가 부정적 뉴스이기 때문에 환율이 1,410원대로 약간 오른 상태지만, 이후 새 쇼크(충격)가 없다면 천천히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혼란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이어질 정치적 불확실성은 원화 자산과 신인도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기존 외화 차입금 만기 연장이나 추가 차입이 어려워지는 등 외화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환율이 조금 더 오를 수 있다"면서도 "당국 개입 영향까지 고려하면 상단은 1,450원 정도"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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