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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트럼프 2기 대응해야 하는데"…탄핵정국 속 통상대응 위기
기사 작성일 : 2024-12-09 15:00:03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


신현우 기자 =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에서 대학생들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2024.12.7

이슬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야 하는 정부의 통상외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까지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대미 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폭탄'과 '보조금 폐지' 등 예상되는 무역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뛰어왔던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보다 2기의 무역정책이 훨씬 속도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최근 한국 정치의 혼란상이 '협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 찬성한 여당 의원 부르는 야당


류영석 기자 =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부르고 있다. 2024.12.7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 중인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와 통화에서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 부과든 딜메이킹(dealmaking·거래 성립)이든 엄청난 속도전으로 진행될 것이어서 정부가 초반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이 차분하게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 상태"라고 말했다.

여 전 본부장은 "결국 한미 간 딜메이킹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면밀히 협의하고 준비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민간기업도 혼란스러워한다"며 "정부와 민간 모두 강력한 리더십과 협의가 없어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232조 협상에 참여했던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2기는 1기에 비해 훨씬 많은 준비가 된 채 집권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가 출범했던 2017년 1월 한국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권 탄핵정국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 만인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실무진 간 협의에도 없었던 '한미FTA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미 철강수출에 쿼터를 부여한 철강 232조 조치는 이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트럼프 2기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통상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전까지 세계 각국도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룰 협상 등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된 한국


(영종도= 한종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건 이후 정국 불안과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이 한국 여행 주의보·경보를 4일 발표했다. 사진은 5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모습. 2024.12.5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호주, 중국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할 보호무역 성격의 조치와 법령 개정 등에 자국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한국이 한발 늦게 되면 나중에 입장을 반영하거나 미국과 논의할 때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며 "12월과 내년 1월에 트럼프 2기 출범 전 현안을 추진하지 못하게 될 경우 큰 부정적인 효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통상 대응 그림을 갖고 있어도 최종적인 결정권자가 승인을 해줘야 한다"며 "(실무선에서)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잡아먹고, 그 사이 미국은 정책 골격을 다 잡으면 나중에 바꾸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봤을 때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완전히 급소가 물린 것"이라며 "협상의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흔들리니 책임을 갖고 통상 대응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경제 문제는 풀어갈 필요가 있다. 미국도 정치적으로 여러 위기를 경험했지만 잘 극복했듯이 한국도 그럴 것"이라며 "경제통상의 협상에서는 당당하게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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