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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도, 촛불집회도…농인에겐 들리지 않는다
기사 작성일 : 2024-12-11 07:00:37

대국민 담화 시청하는 시민들


(광주= 김혜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전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 2024.12.7

홍준석 최주성 기자 =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담화는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그의 육성으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이 방송을 보면서도 무슨 소식이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농인들이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긴급담화 당시 뉴스특보를 편성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중 수어로 동시통역을 제공한 방송사는 KBS뿐이었다.

TV 등 보도전문채널 2사도, KTV 국민방송도 수어 통역이 없었다.

지난 4일부터 매일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농인은 소외됐다.

지난 7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촛불집회를 제외하면 대체로 주 무대에 수어 통역사가 보이지 않았다.

농인 A(59)씨는 에 "이런 국가비상사태에 수어 통역이 없어서 아주 불편했다"며 "전시·사변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위험에 처하고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농인이 오든 오지 않든 촛불집회처럼 큰 행사에도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집회에 대한 사전 정보나 안내를 받은 적 없어서 참석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농인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이길보라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농인인 김경철씨가 말귀를 못 알아듣자 계엄군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저희에게 이 상황은 걱정을 넘어 생명의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


김성민 기자 =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2.9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 '자력구제'에 나선 농인도 있었다.

수어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전수훈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비상계엄의 사전적·법적 의미를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려 주변 농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급변 상황에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농인을 대상으로도 활동지원사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인천대 전지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계엄 등 급변 상황에서 정보접근권은 매우 중요하다"며 "농인도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남대 홍성은 교수는 "정부 브리핑 등에 수어 통역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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