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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상공인 살린다더니 계엄…" 공주산성시장 상인 '당혹'
기사 작성일 : 2024-12-11 09:01:16

손님 기다리는 공주산성시장 상인


[촬영 강수환]

(공주= 강수환 기자 =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우면 정치라도 시끄럽지 않아야 할 거 아녀"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찾은 충남 공주산성시장.

계엄 사태 일주일만인 10일 오후 만난 시장의 한 상인은 '배신감이 든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엄모(70) 씨는 "속 시끄러워 아무것도 안 보고 싶다"며 "국민이 세금을 안 낸 것도 아니고, 국민을 위해 청심환 값이라도 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방문 당시 환대 인파 속에 있었다는 엄씨는 "(대통령이) 소상공인 살린다고 올 때는 너무 좋았고, 시장에서 라디오 방송을 할 때도 정말 좋아지는구나 싶었다"면서 "그런데 (계엄 사태 이후로)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 '빵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옷 가게 사장인 정모(59) 씨도 "(대통령이) 라디오에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하셨고 잘 끝난 줄 알았는데, 다음날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으로 보고 황당했다"고 전했다.


공주산성시장


[촬영 강수환]

상인들이 언급하는 라디오 방송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공주산성시장에 40여분간 머물며 상인들을 만난 뒤 시장 내 라디오방송국 부스에 들러 즉석에서 라디오 DJ를 맡아 발언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대통령은 "여러분 많이 힘드시죠? 저희를 믿고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응원하며 "대통령으로서 열심히 일하겠다. 여러분들 저 믿으시죠?"라고 물었고, 부스 안팎을 채운 상인들은 "네"라고 화답했다.

이날 만난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속 시끄러워 TV도 보지 않는다'라는 반응이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50대) 씨는 "여기 어르신들은 다들 계엄 사태에 마음이 안 좋아 일부러 언급 자체를 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3년간 떡집을 운영하는 임병석(58) 씨는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상인들의 환대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임씨는 "상인 중 빨간 장갑에 빨간 앞치마 등을 일부러 착용하고 대통령을 보러 나오신 분들도 있었다"며 "정부 조직에 공주 출신들도 많이 포진해 있는 만큼 (지역에서의) 대통령 지지도 그만큼 높았다"고 설명했다.


공주산성시장 떡집


[촬영 강수환]

시장 상인들은 대목인 연말임에도 비상계엄 이후로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많이 준 것이 체감된다고 했다.

임씨는 "평일에는 확실히 시장이 한가하고, 장사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는 상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9) 씨도 "계엄 사태 이후 확실히 장사가 안된다"고 거들었다.

인터뷰 중 상추 한 박스를 구매해간 근처 식당 사장은 "장사가 잘되긴 뭘 잘 돼. 계엄령인가 뭐기긴가 해버렸는디"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장에서 50년 넘게 이불과 한복집을 운영하는 윤모(81) 씨는 계엄 사태 이후 기분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 방문 당시 윤씨는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통령님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고, 용기를 가지시고 더 힘을 내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윤씨는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을 그렇게밖에 못 했는지 갑갑하고 마음 아파서 뉴스 쳐다보기도 싫다"며 "장사가 잘돼서 하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니까 붙잡고 있는 거지, 정말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털어놨다.


공주산성시장


[촬영 강수환]

지난 2일 공주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공주산성시장에 들렀다. 시민들과 상인들은 당시 '대통령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사랑합니다",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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