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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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박상현 특파원 = 일본제철이 1년 넘게 추진한 US스틸 인수 시도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허하면서 이 사안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일 관계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관계임을 과시해 온 미국과 일본은 민간 기업 간 인수 문제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로 동맹인 일본의 기업 활동을 억제했다는 논평을 통해 이례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나섰다. 미국 동맹국을 우군으로 포섭하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굳은 표정의 일본제철 회장
(도쿄 AFP=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이 7일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바이든, '국가안보' 이유로 인수 저지…日 "이치에 맞지 않아" 비판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미국 산업화 상징으로 꼽히는 US스틸을 총 149억 달러(약 21조7천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인구가 감소하는 자국 시장에 매달려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외 시장 개척을 추진했고, 미국에서는 US스틸 인수를 고리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었다.
2023년 세계 조강 생산량 순위에서 일본제철은 4위, US스틸은 24위였다.
상위 10위 기업 중 6곳이 중국 업체이고 일본제철을 제외하면 미국과 일본 업체가 전무한 상황에서 두 업체가 합칠 경우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미국 정치권 일부와 미국철강노조(USW)는 반대 의사를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US스틸 매각을 저지했다.
일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불허 결정이 알려진 이후 당사자인 일본제철은 물론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각료, 언론까지 가세해 미국에 대한 유감과 불만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신뢰를 해치는 불합리한 판단'이라는 제목 사설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반도체 등에서 동맹국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대중국 수출 규제에서 일본에 동조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그런데도 철강 분야에서 양국 기업이 동의한 것을 뒤집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불허 이유로 제시한 안보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자국 기업을 지키는 자세를 국내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을 통해 불허 결정을 무효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 소송의 승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하면서도 일본제철이 미국에 철저하게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제철이 소송을 통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을 벌고 이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새로운 투자 방안을 제시해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하시모토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제조업을 강하게 해 제조업 노동자에게 다시 풍족한 생활과 밝은 미래를 주고자 한다고 했다"며 "(인수 계획은) 그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US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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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무산 확정 시 미일관계 악화할 수도"…中, 일본 편들기 나서
일본 측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는 US스틸 매각 무산이 확정되면 미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인수는 미국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중국에 대항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것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에 친구, 특히 일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 동맹국인 캐나다, 멕시코, 유럽 각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어 취임 이후 (일본의) 불안감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 내에서 이 사안이 미일 동맹 약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견해는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와중에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가 이 사안을 두고 미국을 비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화통신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어떤 기업과 국가도 모두 미국의 포위·사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환구시보는 외신 보도를 소개하면서 미국이 일본제철을 '실망시켰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지난달 일본 외무상으로서는 약 1년 9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자 "트럼프 정권 재출범에 앞서 일본과 중국이 한 걸음씩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가을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에 합의하고 일본을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하는 등 일본에 비교적 유화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와 관련해 지지통신은 "(트럼프 정권의) 역풍에 대비하는 시진핑 정권은 관계가 냉각됐던 일본, 한국, 영국, 호주 등에 접근하고 있다"며 "시진핑 정권은 바이든 정권이 구축한 협력 관계에 균열을 내고, 미중 통상 마찰 격화를 예측해 미국 이외 시장을 확보하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