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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한국 외교 미증유의 정치적 갈등으로 손발 묶여"
기사 작성일 : 2025-01-07 20:00:03

다이빙 주한중국대사와 인사하는 조태열 장관


홍해인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배석해 행사 시작 전 다이빙 주한중국대사(오른쪽)와 인사하고 있다. 2025.1.7

김지연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우리 외교는 미증유의 국내 정치적 갈등 상황으로 인해 손발이 묶여있는 형국"이라고 개탄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외교협회 신년회 신년사에서 "전례 없는 지정학적 대 격동기에 기민한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처지라고 말했다.

작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이어 극한으로 치닫는 여야 대립으로 한국의 국제 이미지와 외교 활동에 대한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조 장관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우리 정치권이 각성하면서 더 나은, 더 완벽한 민주주의를 향해 노력해야 하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극복하고 화합과 통합·치유의 정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한바 있다.

조 장관은 이날 "국제사회는 이번 계엄령 선포 이후 수습 과정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복원력이 발휘되고, 민주적 헌법 절차가 작동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각에서는 국내 상황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우리의 국제적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해서 그동안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외교적 성과를 우리 스스로 폄훼하고 부정하며 가던 걸음을 멈추거나 방향을 틀기에는 작금의 국내외적 도전이 너무나 복잡하고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외교적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는 이달 2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하는 일을 꼽았다.

조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나 당선인 측근과의 대면접촉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우리만 권한대행 체제이기 때문에 소외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우리만 겪고 있는 어려움이 아니며, 그로 인해 한미동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트럼프 진영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고, 2기 행정부 출범 후 빠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악수하는 한·미 외교장관


최재구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25.1.6

조 장관은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야당 중심으로 제기된 비판을 언급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가치 외교에 매몰돼 우리 외교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가치와 국익을 상충하는 개념이나 양자택일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이 지난 70여년간 여러 국내적인 난국을 극복하고 지켜낸 소중한 민주적 가치들을 대외정책에서는 소홀히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유연성은 필요하겠지만 우리 외교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비전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외교가 한중관계에 파탄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한중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러북 밀착이 우리의 잘못된 대북·대러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을 하는 분들도 있다"며 "러북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양국의 필요에 따라 군사협력의 양태로 더욱 밀착된 것이지 우리 정책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냉전 시대에도 보지 못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까지 목도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러시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예전처럼 관계를 끌고 갈 수는 없다"면서도 "한러관계의 전략적 관리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러시아가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중요한 행위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일본과는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올해 일본이 의장국을 맡게 돼 있는 한일중 협력도 더욱 활성화해 역내 주요 소다자 협의체로 안착시키고자 한다"며 "조만간 방한하게 될 이와야 (다케시) 외무대신과 이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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