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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리아 내 군병력 대부분 철수…역내 패권경쟁 타격
기사 작성일 : 2025-01-07 20:01:00

시리아 국경도시 다라 인근 만카트 지역의 고속도로에 버려진 탱크들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시리아를 24년간 철권통치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패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시리아에 있던 이란 군병력 대부분이 철수하거나 국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아랍 국가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수니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중심으로 한 반군이 지난달 8일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고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을 당시 시리아에는 수천 명의 친이란 민병대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전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연해지자 이들을 이끌던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관계자들은 본국으로 복귀했고, 친이란 민병대 대부분은 해산됐다고 미 고위 당국자는 말했다.

시리아 동부에서 활동하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출신 민병대원 상당수는 국경을 넘어 이라크 서부 알카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다마스쿠스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세력권인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탱크와 이동형 로켓 발사대를 비롯한 군용 차량이 다수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

WSJ은 "이런 차량 대부분은 레바논 국경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는 이 나라(시리아)에서 군사 장비를 급하게 빼내려는 시도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지역 담당 차관보는 '시리아에서 이란인들이 완전히 물러간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상당히 그렇다.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군을 내쫓고 시리아 하마를 점령한 반군 병사들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그들이 (시리아)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시리아는 이제 이란에) 적대적인 지역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처음 발발했을 때부터 아사드 정권을 물심양면 지원해 왔다. 그 대가로 이란은 시리아를 레바논과 이라크, 레바논을 연결하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연대에 편입시켜 중동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숙적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동시에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무기와 자금, 인력을 전달할 육상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면서 이란은 지난 10여년간 시리아에 투자한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과 물자가 몽땅 날아갈 처지에 내몰렸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이는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감소시켰고, 한때 강력했던 테러 조직들이 (이란의) 국가안보 목표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후원할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이란은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며 원상회복을 시도하겠지만, 단기간에는 시리아 내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 정부 당국자들은 전망했다.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 들어선 시리아 과도정부 지도자들이 이란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어서다.

과도정부의 실권자이자 HTS의 수장인 아메드 알샤라는 지난달 아랍권 신문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사드의 패망은) 이란이 역내에서 추진하던 계획을 4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민병대를 제거하고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함으로써 우리는 역내 이익에 기여했으며, 이는 외교나 외부의 압력으로는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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