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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박철홍 기자 = 전남의 모 농협 간부가 납품업체 관계자와 내연관계를 맺고 갑을 관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했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5일 광주고법 판결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모 농협 상무인 A(57)씨는 농협 마트의 점장으로 근무하며 2013년부터 B씨가 운영하는 식자재 납품 업체와 거래해왔다.

마트가 개점한 이래로 납품을 이어온 B씨는 2014년 여름 갑자기 A씨로부터 납품 중단을 통보받았다.

물건의 재고가 부족하니 B씨 업체의 물품을 철수시키겠다는 통보였다.

그러나 B씨는 A씨를 겨우 설득해 납품을 유지하기로 했고, 그 후부터 A씨로부터 사적인 요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식사 한번 하자"는 연락부터 시작됐으나, 반복되는 만남이 이어지며 A씨는 B씨에게 "애인이 되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B씨는 거절했으나, 계속 마트에 납품을 이어가야 해 어쩔 수 없는 만남을 이어가다 결국 둘은 내연 관계로 이어졌다.

이후부터 A씨는 명절 인사비, 마트 직원 임차보증금 등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뇌물로 받아 갔다.

또 자기가 소개한 업체의 물품을 B씨 업체를 통해 대리 납품하게 하고, 납품단가까지 부풀리게도 이익금을 반환받아 챙겼다.

이렇게 A씨가 챙긴 금품의 액수는 6천여만원에 달했다.

B씨는 과거 A씨가 납품 중단을 통보하기도 해 계속 납품을 이어가려면 A씨의 요구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건 공교롭게도 가족의 죽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B씨의 딸이 건강이 악화하자, A씨는 의사를 소개해줬다.

딸은 폐암에 걸렸으나 A씨는 폐 질환 검사 결과를 B씨에게 거짓으로 알려줬고, 딸은 결국 시한부 선고 끝에 사망했다.

이를 두고 B씨는 A씨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고소하고, 평소 뇌물을 받은 비위 사실을 농협에 폭로했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후 법정에서 "B씨에게 3천만~4천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4년 교제 기간 매월 50만~100만원씩 데이트 비용으로 받은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증명이 부족한 금품수수 혐의 일부에 대해 무죄 판단된 액수가 1심보다 늘어나 형량이 1심 징역 4년에서 3년 6개월로 일부 감형 받았고, 벌금형은 1심과 마찬가지로 1억2천만원이 선고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박정훈 고법판사뇌물 받은)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딸의 죽음을 두고 보복 감정에 A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제보한 것은 사실이나,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A씨는 지역 최대 농협 임직원으로서 청렴하지 못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