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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이란, 트럼프 취임 앞두고 조약 체결로 '반서방 밀착'
기사 작성일 : 2025-01-18 05:00:57

조약 체결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로이터/크렘린풀 .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사흘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며 결속을 다졌다.

푸틴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정상회담한 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두 국가가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을 통해 백악관에 복귀하기 직전 정치적, 경제적 밀착을 공고히 한 것이다.

이 조약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방, 대테러, 에너지, 금융, 교통, 산업, 농업, 문화, 과학기술 등 분야 47개 조항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벨라루스·북한과 체결한 조약과 달리 이번 조약에는 군사동맹 창설을 규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과 상호군사원조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이 조약이 양국의 군사·정치적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 밀착에 대해 서방은 우려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두 정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약 체결에 서방을 견제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조약은 좋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며 러시아와 이란이 '바다 건너 나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은 국제법과 주권의 원칙, 내정 불간섭 원칙을 확고히 지키며 외부 강압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AFP/크렘린풀 .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이란의 밀착은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종전을 이루고 이란을 압박하겠다는 등의 국제 질서 구상을 흔들 수 있다.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 파기하고 이란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2기에서도 이란에 강경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그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 내 입지도 불안해진 상태다. 가자 전쟁으로 이란이 지원하는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타격을 입으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반서방 세력 '저항의 축'이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도 중동 내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에 타격을 줬다. 과거 내전을 겪던 시리아에서 알아사드가 정권을 장악하도록 지원한 국가가 러시아와 이란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사이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축출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핵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 S-400과 공군력 강화를 위한 수호이(Su)-35 전투기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이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사용하는 공격용 드론과 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방이 양국의 무기 공급을 포함한 군사 밀착을 경계하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이란은 조약을 통해 경제·무역 협력을 활성화,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를 약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 가스 시장을 잃은 러시아는 이란 가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와 이란의 조약 체결로 새로운 반서방 저항의 축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국제적 고립 위기에 처하면서 중국, 북한, 이란 등 서방과 대립하는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의 동양학자 안드레이 온티코프는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이란과 중국의 관계가 계속 가까워지고 있고, 이란·중국·러시아, 어쩌면 북한과도 유대 관계가 계속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복해서 밝혔다. 하지만 아직 회담 관련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러시아 대표를 대표해 참석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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