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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장학금에 해외 연수비도…대학생들 모셔야 산다
기사 작성일 : 2025-01-18 08:01:13

(제천= 김형우 기자 = 지방 중소도시들을 덮친 인구 감소의 쓰나미 속에 충북 제3의 도시인 제천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의 여파로 인구 감소가 지속하면서 경제 활력이 저하하는 등 지역사회에 비상등이 켜졌다.

제천시는 위기 극복의 해결책의 중 하나를 지역 대학교에서 찾고 있다.

지역 대학생들이 청년층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제천으로 주소를 옮기는 타지 출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해외 배낭 연수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전입 지원금도 늘린다.

◇ 인구 감소 거듭하다 '심리적 지지선' 13만명 붕괴

철도 교통의 요충지였던 제천은 기간산업인 시멘트 생산의 거점으로 성장하며 1980년대에는 인구가 16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시멘트 산업 쇠퇴 등 이유로 젊은 층이 타지로 대거 유출됐고, 인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1990년대 잠시 반등한 적도 있지만, 1999년 14만8천458명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천시 외경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12월 말 13만988명으로, 심리적 지지선(13만명) 붕괴 우려를 자아내더니 지난해 말 결국 12만명대(12만8천569명)로 주저앉았다.

인구 구성비를 보면 청년층은 줄고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2010년 12.1%인 20∼29세 비율은 2023년 10.8%로 낮아졌다. 반면 60∼69세 인구는 2019년 9.9%에서 2023년 19.3%로 급증했다.

전체 인구 중에서도 60∼69세 연령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

'시 단위' 지자체임에도 인구 감소와 노령화 탓에 한국고용정보원이 분류한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도내에서는 보은, 옥천, 영동, 괴산, 음성, 단양군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

◇ 타지 출신 대학생들을 '제천 시민'으로…각종 지원사업 활발

제천시는 인구 감소세를 줄이고 청년층 인구 유입을 위해 지역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침체한 도심과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상이라는 전략도 있었다.

1991년 문을 연 4년제 세명대의 전체 학생 수는 작년 기준 6천여명이고 자매 교육기관으로 1994년 설립된 대원대(전문대)는 1천500여명이 다닌다.

시는 2007년부터 타지에 주소를 둔 관내 대학생들의 전입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전입신고를 하고 6개월 이상 주소를 둔 학생에게 1인당 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며 매년 300∼400명의 '제천시민'을 유치했다.

2017년 전입 장학금을 100만원으로 인상한 데 힘입어 전입자가 500명 수준으로 늘어났고, 2021년에는 전입 후 6개월 이상이 아니라 전입 신고만 하면 바로 장학금을 지급, 유치 효과를 높였다.


제천시 관내 주소이전 현장 접수처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에는 1천95명(세명대 914명, 대원대 181명)에게 장학금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올해부터는 장학금 외에 지급하던 전입 지원금(제천화폐)도 대폭 올린다.

지난해까지는 전입 기간에 따라 이 지원금을 차등 지급했지만, 기숙사나 학교 인근 원룸촌 등 주소 이전 기간이 1년 이상이면 매년 70만원을 받는다.

시 관계자는 "대학생 주소이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만약 제천으로의 전입 기간이 연속해 4년이라면 매년 70만원씩을 총 28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10만원(1∼2년 주소 유지) 285명, 20만원(2∼3년 〃) 151명, 30만원(3년 이상 〃) 45명 등 두 학교 대학생 481명에게 전입 기간에 따라 총 7천220만원의 제천화폐를 지급한 바 있다.

시는 해외 배낭연수비라는 '당근'도 제공하고 있다. 두 대학 재학생이 구성한 해외 배낭연수팀 중 전입자가 75% 이상을 차지할 경우 1인당 100만∼200만원의 연수비를 지원한다.

◇ "일자리 등 상생 시스템 마련해 졸업생 유출 막아야"

장학금이나 전입금이 인구 감소세 둔화에 큰 역할을 하지만, 대상자들이 졸업 이후 다시 외지로 유출되는 것은 고민거리다.

제천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인구가 줄다가 3월부터 두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주소 이전 캠페인 효과로 반짝 회복세를 보인다.

실제 지난해 2월 12만9천541명이었던 인구가 한 달 뒤 13만200명으로 늘었다.


세명대 해외배낭연수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소재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의 임희성 연구원은 "젊은 세대가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취업"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조성 문제를 소규모 지자체가 해결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장학금 등 재정 지원을 통해 단기적이나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제천시의원은 "청년인구 유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명대와 대원대 졸업생들을 계속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며 "지역 대학 졸업생과 지역 기업을 이어주는 등 상생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시는 반복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전공 분야 및 선호기업을 매칭하는 지역 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제천학 강좌, 청년 창업발굴 프로젝트, 제천 투어의 날, 제천문화페스티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대학 측과 협력해 선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정책과에 청년지원만 전담하는 '청년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인구 유입 정책을 추진한다.

김창규 시장은 "청년인구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역동적 경제도시, 청년인구가 늘어나는 젊은 제천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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