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배치표를 확인하는 담임 선생님과 수험생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6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 선생님이 수험생들과 지원 가능 대학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4.12.6 [사진공동취재단]
고은지 기자 = 선택과목을 없애고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선 사회·과학탐구영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입시업계의 분석이 나왔다.
평이한 수능 출제 기조 속에서 탐구영역의 문항 수가 현행보다 10개 더 늘고 배점도 이원화에서 삼원화로 바뀌면서 변별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일 발표한 '2028학년도 수능 시험 및 점수 체제'의 핵심은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에 따른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의 변화다.
현행 수능은 사회 9개 과목, 과학 8개 과목 등 탐구영역 총 17개 과목 중 수험생이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해 치르는 방식이지만, 올해 고교에 진학해 2028학년도부터 수능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
이날 확정 공개된 통합사회·과학 과목당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은 각 25문항, 40분이다.
현행 과목당 20문항, 30분인 점을 고려하면 총 10문항, 20분이 늘어난 것이다.
배점도 기존 2, 3점에서 1.5점, 2점, 2,5점으로 세분화됐다. 배점이 삼원화된 과목은 탐구 외 수학(2, 3, 4점)이 유일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항 수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지만, 문항 수가 적으면 한 문항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며 "다양한 소재와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성적표 받고 '고심'
(대구= 윤관식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6일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 확인을 하고 있다. 2024.12.6
이런 설명에도 입시업계는 탐구영역에 대한 수험생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봤다.
문항 수와 시험시간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수험생에게는 부담인 데다가 배점이 삼원화되면 점수 분포가 보다 촘촘해져 변별력이 커지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입시업계는 통합사회·과학 시행으로 특정 과목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사회 9개와 과학 8개 등 17개 과목을 고루 학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탐구영역의 영향력이 커져 학생들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출제영역이 현재보다 대단히 확대되면서 수험생 부담이 매우 커질 듯하다"며 "특히 탐구과목이 수학과 동일하게 배점 체제가 삼원화돼 수학처럼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범위가 넓다 보니 문제가 지엽적으로, 혹은 어렵게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와 과학을 필수로 응시해야 하나 실제 전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는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긴 것도 수험생들에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한다.
두 과목을 모두 본다고 해도 의대나 자연계열 학과는 통합과학, 인문계열 학과는 통합사회만 반영한다고 하면 통합·융합형 수능의 취지가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의대나 자연계열의 경우 통합과학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사회와 과학 두 과목 간 난이도가 다른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형태의 변환표준점수 체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수학 출제영역에서 심화수학이 배제돼 상대적 변별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의대나 자연계의 경우 통합과학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1 통합사회·과학의 성취 기준을 근거로 출제하는 것이어서 학습량이 많이 늘어난다고 보긴 어렵다"며 "난이도, 소재 등에 유념해서 출제할 것이며 공교육 과정으로 충분히 준비될 수 있게 신경 쓰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 필수과목인 한국사를 1교시에 치르자는 의견과 관련해선 "논의하긴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한국사를 1교시에 배치할 경우 점심시간이 너무 빠르거나 늦어지는 부분이 있고, 전형 자료로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국어·수학을 오전에 치르는 게 좋다는 의견이 더 많아서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