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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美 '에너지 패권' 가시화…韓정유업계 기대반 우려반
기사 작성일 : 2025-01-21 11:00:22

장하나 한지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정책이 가시화했다.

미국발 석유·가스의 생산과 수출이 확대되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가능해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지만, 고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취임식에서 취임사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재판매 및 DB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우리는 물가를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며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 발밑의 이 '액체 금'(석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재확인하며 '반값 에너지' 실현을 공언한 만큼 향후 국제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0.8% 하락했고,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1.3%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14일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부터 글로벌 생산 증가와 수요 증가 약세, 재고 증가로 국제 유가 가격은 브렌트유 기준 올해 배럴당 평균 74달러에서 내년 66달러로 하락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 하루 1천320만배럴에서 올해 1천350만배럴, 2026년 1천360만배럴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미국 휘발유 가격은 올해 갤런당 3.20달러에서 내년 3.00달러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시추 확대로 원유 공급량이 늘어나면 일단 국제 유가를 안정화하는 데는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는 국내 유가도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는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기업 제재 여파로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도 1년2개월여만에 1천800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연휴 앞두고 기름값 상승세


김성민 기자 =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 유가가 치솟으면서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천800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한 주유소에 기름값 안내판이 놓여 있다. 2025.1.20

미국발 석유·가스 생산량 확대로 가격이 안정화되면 수요 증가를 유발, 정제마진이 높아지게 돼 정유사의 손익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공급이 늘어나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원유를 낮은 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고 운전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또 낮아진 유가만큼 소비 저항성이 사라져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석유·가스 시추 등 화석연료 패권을 강조한 것은 한국에는 기회 요인"이라며 "미국의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이 많이 늘어나면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에 강점이 있는 한국에 확실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 오일 시추시설


[로이터 자료사진]

다만 고환율 등의 우려 요인이 상존해 마냥 기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

원유 수입시 은행이 먼저 수입처에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고 정유사가 일정 기간 후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해도 환율이 높으면 그 효과가 상쇄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 셰일 유전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미국 내 석유 생산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거대 에너지기업 위주로 재편된 미국 셰일오일 산업의 성격 변화가 '셰일 붐' 재현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계획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취임 선서하는 트럼프 대통령


[EPA=.재판매 및 DB금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도 부담 요인이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렴해진 가스에 대한 미국 내 수요 증가로 수출이 감소하거나,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 실장은 "관세 부과 등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면 국가간, 대륙간, 지역간 이동이 줄게 된다"며 "상품 이동과 이를 실어 나르는 선박과 항공 등 이동 수단의 수요도 줄어드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에도 초반에는 유가가 하락하며 정제마진도 개선됐지만, 이후 미중 무역 분쟁으로 교역이 줄고 정제마진도 낮아져 정유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

이밖에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예전처럼 따라오지 않으니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며 "기업에서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고 정부 차원에서 이익을 끌어오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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