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승리 집회에서 발언하는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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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임미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야심 차게 발표한 대규모 투자 유치 프로젝트를 두고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현실성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찬물을 끼얹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언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첫 투자 유치 발표에 대한 머스크의 공개적인 비판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이 처음으로 노출된 사례라고 전했다.
또 자신의 의견을 온라인에 여과 없이 드러내는 머스크의 스타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엑스(X·옛 트위터)의 소유주이자 2억1천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AI 인프라 투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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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3개 기업이 총 5천억달러(약 718조5천억원)를 투자해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등 AI 개발을 위한 미국 내 인프라 구축이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기업의 투자를 "엄청나다", "기념비적이다"라고 치켜세우며 이 정도의 투자를 유치한 자신의 공적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AI 개발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없애 미국이 중국을 따돌리고 이 분야에서 선두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고서 불과 몇 시간 뒤인 21일 밤 11시 35분(미 동부시간 기준)에 머스크는 오픈AI가 엑스에 올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 글에 댓글로 "그들은 사실 돈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 사업이 실행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글 밑에 게시된 일론 머스크의 댓글
[일론 머스크 X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머스크는 곧이어 "소프트뱅크는 100억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확보하고 있다"(SoftBank has well under $10B secured)면서 "나는 그것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또 이날 오전에도 투자회사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개빈 베이커가 쓴 비판적인 글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리트윗해 게시했다. 베이커는 "스타게이트는 훌륭한 이름이지만, 5천억달러는 터무니없는 숫자이고 그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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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머스크의 이런 반응을 이날 정치 분야의 주요 헤드라인 뉴스로 뽑아 전했다.
CNN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자마자 '퍼스트 버디'(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이것을 때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첫 번째 주요 기술 투자 발표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자신이 현재 관여하고 있는 행정부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머스크의 일축은 그와 이 행정부 사이에서 드러난 첫 번째 공개적인 균열이며, 대통령이 키우려는 계획에 대해 고위 정책 관계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이례적인 행보"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지원하는 스타게이트 AI 프로젝트에 머스크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제목으로 머스크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앉힌 이후 처음으로 트럼프가 주도하는 계획에 대해 머스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오픈AI와 다른 거대 기술기업들이 주도하는 5천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깎아내리는 것은 트럼프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언론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머스크의 불만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오랜 악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 기자회견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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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올트먼과 함께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가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으며, 이후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이 AI 챗봇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난하며 자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 또 작년에는 올트먼 등 오픈AI 창립자들이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픈AI의 올트먼 CEO는 이날 머스크가 스타게이트의 재원을 문제 삼은 글에 답글로 "틀렸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첫 번째 부지에 방문하길 원하느냐"며 "국가에 최선인 것이 항상 당신의 회사에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인식하고 있지만, 당신이 새로운 역할에서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고 맞섰다.
백악관은 이날 머스크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직은 관련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머스크가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선거운동에 발벗고 뛰어든 이후에는 머스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달 미국 내 기술직 체류 비자(H-1B) 문제로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이자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 진영과 머스크 간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도 머스크의 편을 들어줬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머스크가 발목을 잡은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대통령직을 양도한 것이냐"는 조롱이 나왔을 때는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화했을 뿐 머스크에 대해 불쾌한 심기는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