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7포병여단의 K9 자주포
[육군 7포병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지헌 기자 = 세계 자주포 시장의 베스트셀러인 국산 K9이 장차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와 세계 각국 관련 기관의 조사를 종합하면 K9은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방산 수출은 비밀리에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K9의 시장 점유율은 대략 50% 선을 넘나든다. 국내 업계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000년대 들어 155㎜ 자주포 시장에서 K9의 수출 점유율이 52%라는 집계가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이 527문 팔려 점유율 48%였다고 집계한 바 있다. 독일 PzH2000 189문, 프랑스 CAESAR 175문, 중국 PLZ-45 128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팔렸다.
K9의 인기 원인은 실전에서 검증된 성능,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가격대, 신속한 공급과 원활한 후속 지원 등이 꼽힌다.
K9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만들어져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활약하며 실전 성능이 잘 알려졌다.
또 압도적 생산량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독일제 PzH2000 자주포가 사거리나 발사 속도 등에서 제원상 다소 우세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K9의 4배에 달한다는 추산이 있고 생산도 느리다.
규모의 경제와 신속한 생산은 무기체계 자체의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한 부품 조달·정비 등 후속 군수지원에서도 우월하다는 의미가 된다.
화염 뿜는 K9 자주포
[ 자료사진]
이미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K9은 장차 뻗어나갈 영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페리컬 인사이트'는 K9과 같은 자주포를 포함하는 세계 곡사포 시장 규모가 2023년 330억 달러 수준이었으며 10년 뒤인 2033년에는 배가 넘는 78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는 곡사포 핵심 제조사 목록을 제시하면서 K9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우제웅·정상윤 연구원은 K9에 대한 2023년 보고서에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를 인용해 현재 세계적으로 자주포 1만8천여 문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현대화된 자주포가 6천402문, 구형이 6천479문, 사용 연한이 지난 포가 5천186문이라고 추산했다.
세계 시장의 3분의 2가량이 도태가 필요하거나 교체가 임박했다는 의미로, K9 공장은 계속해서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K9은 1989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1999년 전력화에 이르렀다. 2001년 터키 수출로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고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등이 잇따라 도입을 결정했다.
2018년 보조동력장치와 자동사격통제장치 등을 장착한 개량형 K9A1이 배치됐고, 그와 동시에 차기형인 K9A2 연구도 시작됐다. A2 버전은 전기식 포·포탑 구동장치, 탄약 자동장전 장치 등을 탑재한다.
2030년대에는 K9A3로 진화할 예정이다. 유·무인 복합 주행과 원격 사격이 가능해지고 사거리는 70㎞ 이상에 이르도록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 알 칼라엘 훈련장 사막에서 기동하는 K9 자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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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드론과 같은 신무기들이 각광받고 있지만, 전통적인 포병 전력의 중요성 또한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KIDA 우제웅·정상윤 연구원은 "야포는 수백 년 전 개발돼 기본적 운용 개념이 크게 변하지 않은 오래된 무기"라면서도 "아직 전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꿋꿋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그 이유로 야포가 상대적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고효율의 무기체계이고, 기상이나 지형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융통성과 운용성이 뛰어나며, 사격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