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화상 인터뷰하는 골드버그 전 주한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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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조준형 송상호 특파원 = 필립 골드버그(68)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미대화를 진행할 경우 그 과정에 한미간의 대화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퇴임 후 뉴욕에 거주중인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하고,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 의향을 피력한 데 대해 "현재까지 나온 것은 발언이지 정책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북미외교 전망에 대해 "비핵화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면 북한을 '핵 국가'(nuclear state·공인 핵보유국)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협상하자마자 서두에 '제재를 해제할테니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하자'는 식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런 일(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교환)이 일어나기 전에 우선 (북미 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것(북미대화)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와 조율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예측 불가성에 대해 한국이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2019년 2월) 이후 북한이 (북미대화 등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관계를 고려할 때, 그 모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외교, 우리의 군사 및 안보, 경제 관계 등에 있어 모든 돌발 상황과 시나리오에 대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우리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측면은 매우 강력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 일부 요소는 예측할 수 없으며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하려 할 경우 한미간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고 있으며,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며 "(한국민 보호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협상이 필요하며 미국과 한국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 협력의 논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의 안보도 다루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이자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서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협정에 따라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위해서는) 양자 또는 한미일 간에 또 다른 합의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 미 국무부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대북 제재 이행을 총괄하고 국제 협력을 조율했던 그는 대북정책 담당자들에게 '겸허함'(humility)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외교 주창자와 강경노선 주창자 중 어느 쪽도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며 "북한과 김정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의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대사 시절 최후반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었던 골드버그 전 대사는 계엄에 개인적인 평가 질문에 "엄청난 실수(huge error)라고 느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분명히 비민주적인 행동"(undemocratic act)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 하의 한미 외교 당국간 소통 수준에 대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1년반 가까이 있었던 주한미국대사 공백 상황 끝에 2022년 7월 부임해 지난달 7일 이임할 때까지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 강화에 일조했다.
보스턴 출신으로 36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재직한 그는 주한대사 부임 전 주볼리비아 대사(2006∼2008년), 국무부 정보 및 연구 담당 차관보(2010∼2013년), 주필리핀 대사(2013∼2016년), 주쿠바 대사 대행(2018년), 주콜롬비아 대사(2019∼2022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