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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휴대" 기내 방송은 '공허한 메아리'…규정 강화 필요
기사 작성일 : 2025-02-02 10:01:13

보조 배터리 등 기내반입물품 규정 강화 요구


(영종도= 한종찬 기자 = 지난달 28일 밤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기내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휴대용 보조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사진은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설치된 위탁 금지물품 안내문. 2025.1.30

(부산= 박성제 손형주 기자 =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휴대용 배터리가 조심스럽게 지목되는 가운데 현재 배터리가 장착된 전자기기에 대한 관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 31일부터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이 부각되자 항공기 이륙 5분 전 라이터나 보조배터리의 경우 승객이 몸에 지니도록 안내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여객기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역시 비슷한 내용의 기내 안내 방송을 2차례에 걸쳐서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짐과 달리 배터리 등 불이 날 수 있는 기기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인 승객이 직접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 항공사가 보조 배터리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직접 휴대'를 기내 안내방송으로 알리는 데 그치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승객이 사실상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휴대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강제성도 없어 기내 수하물을 두는 오버헤드 빈(선반 보관함)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공항 내 비치된 안내문에도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 라이터는 항공기 내 휴대 가방에 넣어달라'고 적혀 있는데, 항공기를 타고 난 뒤 들고 있던 가방을 그대로 선반에 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에어부산 여객기 '안정성 점검' 분주


(부산= 강선배 기자 = 31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합동조사반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2025.1.31

이에 배터리 등 화재 위험이 있는 물건에 대한 관리 규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원인 역시 선반 보관함에 넣은 휴대용 보조 배터리나 기타 전자 기기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객들이 전자기기를 직접 몸에 지님으로써 화재를 예방하고 초기 대응을 적절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번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내 배치된 소화기로도 진화가 어렵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터리를 두는 장소를 의자 아래에 두는 등 보관 장소를 특정해 의무화하는 방법으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선반 보관함에 둘 경우 화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 불꽃이 보이기 때문에 대처가 그만큼 늦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이 승객들의 배터리 관련 전자 기기를 한곳에 보관해두는 것도 방법"이라며 "배터리가 부푸는 등 열폭주 조짐이 보이는 경우 사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배터리 휴대와 관련한 의무 규정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에서조차 배터리와 관련된 안내 방송 여부를 기내 직원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고 있었다"며 "배터리를 휴대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생긴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승객을 상대로 잘 점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한 승객이나 항공사에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등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내 의무를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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