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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1년] ③ 관건은 2026학년도 정원…4주 남은 '골든타임'
기사 작성일 : 2025-02-04 06:00:33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해를 넘긴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해소할 첫 단추이자 핵심 사안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다.

의정 간 대화 교착으로 의료 파행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양 측간 합의만 이뤄진다면 의료 정상화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증원 이전으로 되돌아가거나 아예 내년에 의대생을 뽑지 말자는 강경한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면서 논의의 속도는 물론 대화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2월 중에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하지만 당장 양측이 마주 앉을 가능성은 미지수다. 꼬여버린 의정 관계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의 향배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셈이다. 대화에 나서더라도 신속한 합의에 이를지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



신현우 기자 [ 자료사진]

◇ 2026학년도 정원 어떻게 되나…'증원·동결·감원' 촉각

4일 정부에 따르면 애초 3천58명이던 의대 정원은 작년 2월 2천명 증원 발표에 따라 5천58명으로 늘어났다. 2025학년도에만 1천509명이 증가한 4천567명이었다.

현재로선 새로운 의사 결정이 없을 경우 2026학년도 정원이 5천58명으로 유지되기에 의정 갈등 해소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선 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의료계를 향해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에 속도를 내자고 거듭 요청하는 이유다.

일단 의정 모두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진 않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협의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동결과 증원, 감원 모두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결과적으로 숫자가 변경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협의에 의한 정원 변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의료계 입장은 다양하다. 물론 증원 이전 정원에서 늘리는 건 선택지에 없다.

우선 대한의학회는 증원 이전 규모인 3천58명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도 유사한 입장이다.

특히 증원 이전 규모보다 줄여야 한다거나 나아가 2026학년도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단일안 마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시적 모집 중단이라는 강경파 주장은 의료계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의대 교수는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도 의대 모집을 아예 안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왕규창 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전공의와 학생이 수긍할 안을 내놔야 하고 그것은 정원이 '0명'이어야 한다"며 "그렇게 시작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김인철 기자 [ 자료사진]

◇ 대화 가능성 '불투명'…의료계도 "시간 없다" "때 놓칠라" 조바심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2월 중에는 결정돼야 하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는 어떤 식으로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지만 대화를 공식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비공개 회동이 외부에 알려지자 의협은 "정부가 신뢰를 훼손했다"며 반발했다.

정부와 의료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의정 간 공식·비공식 논의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일단 표면적으로는 감정의 골을 더 판 꼴이 됐다.

현재 의협은 정부가 올해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대화겠다는 입장이다.

'숫자'를 논의하기 전에 당국이 먼저 올해 두 개 학번이 함께 의대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에 공을 넘기면서도 의대 정원 등 적정 의사 인력을 정하기 위해 국회가 입법으로 추진하는 추계위원회엔 참가할 의사를 내비치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의협은 오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하는 '의료 인력수급 추계 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다.

추계위 출범이 다소 늦더라도 당장 시급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의정 간 별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열린 자세로 소통하겠다"며 강한 협상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의료계 역시 대화 자체는 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일단 시간이 충분치 않은 데다 당사자인 의료계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이 상태로 시간이 흘러 또다시 2천명 증원이 유지되는 '최악'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 교수는 "의대생과 전공의는 물론 의료현장도 더는 이렇게 내버려 둘 순 없으니 어떻게든 대화해야 한다"며 "다만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그간 정부가 2천명 증원에 대해 전혀 물러서지 않았던 게 문제"라고 지적한 뒤 "어쨌든 (해결을 위해서는) 두루뭉술하고 막연하겠지만 서로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대연 기자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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