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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역대 최고 귀화 선수로 활약한 전지희의 '헌신'
기사 작성일 : 2025-02-04 09:01:12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한 전지희


[ 자료 사진]

이동칠 기자 = "전지희 선수는 내게 탁구에 관한 많은 것을 가르쳐줬습니다. 우리는 함께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그녀는 최고의 파트너였습니다."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 신유빈(21·대한항공)은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2025'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전지희(33)의 여자단식 64강전이 끝난 뒤 대표팀 선배이자 복식 파트너였던 전지희에게 찬사를 보냈다.


전지희(왼쪽) 은퇴 경기 후 하트를 그려 보인 신유빈


[WTT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전지희는 싱가포르 스매시를 끝으로 14년간의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경기에선 신유빈이 3-0으로 완승했지만, 3게임 막판에는 유쾌한 웃음 속에 화려한 랠리를 펼친 뒤 '영혼의 콤비' 신유빈과 포옹하고 하트를 그려 보였다.


전지희(왼쪽)와 하트를 그려 보인 신유빈


[WTT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전지희가 한국 선수로 뛴 사실상 마지막 경기였다.

그는 작년 12월 7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 떠났다.

12월로 계약이 끝나는 미래에셋증권과 재계약하지 않았고, 자신이 달았던 국가대표도 반납했다.

그는 국내외 대회 성적 합산에 따른 랭킹 포인트로 3위 안에 들어 올해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될 수 있음에도 태극마크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전지희의 태극마크 반납으로 띠동갑 후배인 신유빈과의 '황금 콤비'도 해체됐다.

전지희는 2023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 신유빈과 호흡을 맞춰 여자복식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합작했다.


세계선수권 때 신유빈과 호흡을 맞춘 전지희(왼쪽)


[ 자료 사진]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결승 진출은 1987년 뉴델리 대회 때 양영자-현정화 콤비의 금메달 이후 무려 36년 만의 값진 성과였다.

이어 전지희-신유빈 듀오는 같은 해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복식 정상에 올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전지희(왼쪽)와 신유빈


[ 자료 사진]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의 성과였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작년 8월 파리 올림픽에서도 여자단체전 독일과 3위 결정전에서 호흡을 맞춰 첫 복식 승리를 합작했다.

전지희는 3단식에도 나서 상대 선수를 3-0으로 완파하고 한국 여자탁구 사상 1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확정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단체전에서 복식으로 나선 전지희(오른쪽)와 신유빈


[ 자료 사진]

작년 11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혼성단체 월드컵은 전지희가 신유빈과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고별 무대였다.


혼성단체 월드컵에서 복식 호흡을 맞춘 전지희(왼쪽)와 신유빈


[ITTF 홈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은 혼성단체 월드컵에서 일본 등을 따돌리고 2년 연속 중국에 이어 준우승했다.

전지희의 탁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신유빈과 함께한 것이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이 고향인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 대표로 2007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단식에서 준우승했으나 국가대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08년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2011년 3월 창단한 포스코파워에 합류하며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그해 한국으로 귀화해 국내외 대회에서 활약했다.

전지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파리 올림픽까지 10년 넘게 한국 국가대표로 뛰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동메달, 세계선수권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동메달 5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이 그가 받은 화려한 성적표다.

궈팡팡, 당예서, 석하정 등을 포함한 역대 귀화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이었다.

그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세 차례(2015, 2017, 2019년) 여자단식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탁구협회(회장 이태성)는 전지희의 한국 국가대표 활약을 인정해 오는 14일 열리는 '탁구협회 어워즈 2024' 행사 때 특별상을 줄 예정이다.

전지희를 2011년 처음 영입했던 김형석 화성도시공사 감독은 "전지희는 귀화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열정과 성실한 태도로 귀감이 된 선수였다"면서 "신유빈과 복식으로 한국 탁구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헌신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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