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난징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AFP ]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예고한 대로 중국에 대한 10%의 추가 보편관세가 4일(현지시간) 공식 발효되고, 중국이 즉각 보복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 내에서 양국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날부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기존에 10%를 더한 평균 30%가 적용된다.
중국은 즉각 맞대응에 나서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의 관세를 추가하고, 텅스텐 등 원료의 미국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트럼프는 관세 역사로부터 잘못된 교훈을 배웠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1일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부과한 관세 조치에 대해 "명백한 경제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 달 유예하기로 이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WP는 '집권 1기에도 대중국 관세를 부과했지만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이 없었다'는 트럼프 정부 측 인사의 주장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도 잘못 계산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와 매우 닮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재정적자가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결국 인플레이션은 폭발했고, 2024년 민주당 대선 패배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WP는 이번 관세 대상액이 트럼프 1기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을 짚으며, 이미 인플레이션으로 한계에 이른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세계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까닭에 자동차 가격에 큰 타격을 주고, 연목재 등 자재 비용을 높여 신축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으로부터 상징적인 양보를 얻어내고 승리를 선언한 뒤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관세를 거두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어렵다고 강조했다.
3일 중국 베이징 기념품점에 걸린 미중 국기
[AP ]
대중 관세가 미국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외환거래·결제 플랫폼 기업 콘베라에서 일하는 싱가포르의 거시경제 전략가 시어 리 림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보복 조치로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는 0.8∼1.0%포인트 둔화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2018년 이후 이뤄진 무역 다각화를 반영해 0.4%포인트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인한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특히 에너지와 기술 분야에서의 공급망 차질은 상승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WP는 별도 기사에서 이번 관세 발효로 전자기기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모든 제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제조업, 제약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장난감 회사 '베이직 펀'의 최고경영자(CEO) 제이 포먼은 관세로 인해 회사의 수익이 감소하는 동시에 고객에게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NBC 방송은 미국 내 전체 처방 의약품의 약 90%를 차지하는 복제약(제네릭) 가격이 급등하고 약물 부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하버드 의대 에런 케셀하임 교수는 미국인들이 복용하는 암 치료제, 항생제, 항응고제 등 복제약 절반은 전적으로 제조 비용이 저렴한 해외에서 제조된다고 설명했다.
케셀하임 교수는 복제약은 종종 제조원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관세와 같은 변수를 만나면 부족 현상이 생기고, 기업들은 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현재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에도 큰 부담이다.
WP는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붕괴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취약한 시기에 새로운 무역전쟁은 중국에 도전을 안겨 준다고 봤다.
싱가포르 경영대 헨리 가오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중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들이 계속 '게임'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하고, 대중 압박에 동맹국의 동참을 저해한다고도 말했다.
한편, WP는 중국이 트럼프 정부와의 2차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데 있어 관세 이상의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전했다.
중국은 이미 최근 몇 달간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대응해 사용할 수 있는 공격적인 보복 조치의 전술을 보여줬는데, 여기에는 수출 통제, 제재, 미국 기업과 공급망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포함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