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아시안게임] 영하 20도에도 방문객 이어지는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
기사 작성일 : 2025-02-05 14:00:44

5일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내부 모습


[촬영 최송아]

(하얼빈= 최송아 기자 = 개막을 이틀 앞둔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은 2017년 일본 삿포로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여겨진다.

여기에 개최지가 우리나라 역사에 중요한 장소인 중국 하얼빈이라는 점이 의미를 더한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초대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 하얼빈역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를 다룬 영화 '하얼빈'이 개봉해 대중에 더욱 친숙해지기도 했다.

4일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을 이끌고 하얼빈에 도착한 최홍훈 단장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에서 대회가 열려 더욱 뜻깊다"며 종합 2위 수성의 각오를 다진 바 있다.

하얼빈역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2014년 문을 열어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외부 모습


[촬영 최송아]

5일 가 찾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 속에도 개관 시간인 오전 9시부터 한국인과 중국인을 가리지 않고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맞이하는 입구로 들어가면 '하얼빈 의거'를 비롯한 안중근 의사의 생애가 다양한 자료와 함께 펼쳐져 있다. 전시실 안쪽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안중근 의사와의 거리를 나타낸 바닥 표시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작성하는 방명록에는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역사를 잊지 않겠다', '조국을 위한 열사님의 뜻깊은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한국인들의 반응이 대다수인 가운데 '중국과 한국의 외교 관계가 항상 좋았으면 좋겠다'는 중국인의 글도 있었다.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에서 외친 '대한독립 만세'란 의미의 '까레야 우라'도 곳곳에 적혀 있었다.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내 안중근 의사 동상


[촬영 최송아]

'아시안게임이 열린 시기에 하얼빈에 와서 평화의 의지를 되새기고 간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전북 전주에서 친구들과 여행을 위해 하얼빈을 방문했다가 기념관에 들렀다는 오동진(63) 씨는 "우리나라 독립에서 중요한 장소인 만큼 국민이라면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 아니겠나. 하얼빈이라는 곳 자체에 정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념관에 와 보니 더 좋다"고 말했다.

오씨와 함께 방문한 송준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만큼이나 그 후에 보여준 모습이 훨씬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역사를 알리는 것 자체로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당시 거리를 나타낸 바닥 표시


[촬영 최송아]

현지인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자신을 하얼빈공업대학에 다니는 22세 '공'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하얼빈역의 출입 담당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된 것을 계기로 기념관에 왔다고 설명했다.

공씨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방문하게 됐다"면서 "좋은 기회가 됐다"며 미소 지었다.

약간의 '디테일'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외치고'가 '웨치고'로 표기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 한국어 설명문


[촬영 최송아]

기념관 내엔 각종 설명이 중국어와 한국어로 함께 나와 있는데, '외치고'가 '웨치고'라고 적혀있다든가, '-었다'가 '-였다'로 표기되는 등 오류가 적잖이 드러났다.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도 많았다.

'반장하다'(객지에서 죽은 사람을 살던 곳이나 고향으로 옮겨서 장사지내다), '절명하다'(목숨이 끊어지다), '진감하다'(울려 흔들다 또는 흔들리다) 등 일반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 표현도 다수 발견됐다.

송 교수는 "중요한 장소에 걸리는 문구인 만큼 한국인들이 보는 설명이라면 한국어 표기가 조금 더 정확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