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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트럼프 '가자 구상' 환영…일각선 "위험한 망상"
기사 작성일 : 2025-02-06 01:01:01

네타냐후와 트럼프


(AFP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하고 있다. 2025.2.5

(이스탄불= 김동호 특파원 =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이스라엘 내 반응이 엇갈렸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스라엘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제안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진행 중인 인질·수감자 교환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의회(크네세트)에서 "기존 형태의 가자지구에는 미래가 없다"며 "가자라는 실패한 실험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토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사르 장관은 "이주가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이뤄지고, 주민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국가가 있다면 이를 부도덕하거나 비인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팔레스타인인 이주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리 레게브 교통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새로운 세계 질서"라고 평가했고, 아미차이 치클리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장관은 "오슬로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지정학적 지진"이라며 "이 선언이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은 "우리에게는 훌륭한 총리와 놀라운 미국 대통령이 있다"며 "이스라엘 국민을 위해 기적을 행한 신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우리는 함께 세상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환영했다. 그는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이루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이스라엘에 합병하자고 주장해온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의 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대표는 자신이 줄곧 주장해온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을 환영하며 "이것이 가자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임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벤그비르 대표는 "엄청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내각이 주민 이주를 실행에 옮긴다면 자신의 당이 연립정부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하마스와 휴전하는 데에 반발하며 국가안보장관 직을 내려놓고 연정을 탈퇴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제1야당 예시 아티드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가자에서의 계획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세부 사항을 연구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미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람 벤 바라크 의원은 "너무 성급한 선언으로 인질 귀환 가능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측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어기고 이스라엘 인질을 풀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아랍 민족주의 정당 타알을 이끄는 아마드 티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위험한 망상"이라며 "팔레스타인 주민은 조국에 남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다른 아랍계 정당 라암의 만수르 아바스 대표도 "가자 주민을 이주시킨다는 것은 용납하지 못할 일을 정당화하는 '카하니즘'과 같은 생각"이라고 맹비난했다.

카하니즘이란 성스러운 땅을 더럽히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추방해야 한다는 반아랍 성향의 유명 랍비이자 정치인이었던 메이르 카하네의 사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안에 불법 정착촌을 세우는 이스라엘 민족주의자들의 이념적 토대이기도 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며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가자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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