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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산불 한달] 29명 사망·건물 2만채 삼킨 최악의 산불…"한인 피해도 300건"
기사 작성일 : 2025-02-07 07:01:00

지난 5일(현지시간) LA 알타데나의 산불 피해 지역에서 집터를 둘러보는 주민


[로스앤젤레스 AFP=.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 임미나 특파원 = 올해 연초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뒤흔든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지난달 7일 LA 카운티 내 여러 곳에서 허리케인급 돌풍을 타고 동시 다발한 산불은 1만8천채가 넘는 주택·건물을 집어삼켜 경제적 피해 규모 면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극한 가뭄과 강풍 속에 3주가 넘게 이어진 산불은 24일 만에 겨우 진압됐고, 수만 명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산불 발생 초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인 동포들의 크고 작은 피해도 약 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A 산불 피해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모든 집이 불에 탄 모습


[로스앤젤레스 AP=. 재판매 및 DB 금지]

◇ 국지성 돌풍 타고 순식간에 주거지 덮친 산불…최소 29명 숨져

이번 LA 산불은 역대 다른 산불과 달리 산지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주택들이 밀집된 여러 마을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지난달 7일 오전 LA 서부 해안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산불('팰리세이즈 산불')은 당시 이틀째 LA 일대를 강타한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를 타고 몇 시간 만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당일 오후 LA 동부 내륙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산불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주거지로 순식간에 내려와 그 일대를 초토화했다.

15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지만,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안타깝게 희생됐다.

6일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튼 산불 지역에서 17명,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12명 등 최소 29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또 이들 지역에서 산불과 관련해 접수된 14명의 실종 신고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LA 퍼시픽 팰리세이즈 해변에 산불이 휩쓸고 간 모습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건의 대형 산불에 더해 다른 지역에서도 산불이 잇달아 최대 7건의 산불이 동시에 진행됐다가 차차 진화됐고, 대형 산불 2건은 무려 24일간 지속됐다.

진화될 만하면 다시 돌풍이 불어 위험해지는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끝에 소방 당국은 지난달 31일에야 100% 진압을 선언했다.

수개월간 내리지 않던 비가 지난달 25일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진화에 큰 도움을 줬다.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팰리세이즈 산불이 94.9㎢, 이튼 산불이 56.7㎢, 뒤늦게 발생한 '휴스 산불'이 42.2㎢로 도합 193.8㎢에 달했다. 이는 서울시(605.2㎢)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한 고급주택이 불에 타고 수영장만 남아있는 모습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건물 1만8천여채 파손…역사상 최대 경제적 피해

당국은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파괴된(destroted) 건물이 6천831채, 훼손된(damaged) 건물이 973채라고 집계했다. 이튼 산불 지역에서는 9천418채가 파괴되고 1천73채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했다. 두 지역을 더하면 파괴된 건물이 1만6천249채, 훼손된 건물이 2천46채로, 파손된 건물의 총규모는 1만8천295채에 달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 추정치에 대해 가장 최근에 나온 자료는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지난 4일 낸 보고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번 2건의 대형 산불로 인한 재산·자본 손실이 적게는 950억달러(약 137조원)에서 많게는 1천640억달러(약 2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산불에 대한 보험업계의 총 보험금 지급 비용 추정치는 400억달러(약 57조8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에 가장 큰 산불이 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재력가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지역으로, 즐비했던 초고가 저택 수천 채가 전소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 정도의 경제적 피해를 낸 산불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퍼시픽 팰레세이즈의 불탄 집에 남아 있는 옛 앨범 조각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역사상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산불은 1871년 위스콘신주에서 발생한 '페시티고 산불'로 1천5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지만, 19세기에 발생한 화재여서 경제적 피해는 1억6천900만달러 정도로 추산된 바 있다.

LA 산불 이전까지 있었던 산불 중 역대 최고 피해액은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캠프 산불' 당시에 기록된 125억달러(약 18조원)였다.

2023년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60억달러(약 8조7천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LA 산불은 캘리포니아 보험업계와 재보험 업체에도 큰 타격을 주면서 보험회사들이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민들은 향후 더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거나,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등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 산불 이재민들의 주택 임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LA 카운티 내 주택 임대료는 이전보다 20% 넘게 올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당국은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이후 본격적인 잔해 철거와 재건 작업에 나섰지만, 인프라와 주택이 복구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캠프 산불' 당시에도 파손된 1만8천여채의 건물 잔해를 정리하는 데에만 9개월이 걸렸다.

또 보험금 지급과 각종 건축 절차 허가·승인이 이뤄져 건물이 완공되기까지는 평균 3∼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A 산불 피해 지역에서 잔해 철거 중인 모습


[캘리포니아 주지사실 X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주택 전소' 등 한인 피해도 다수

산불 발생 초기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한인 피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LA 한인회는 산불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까지 한인회에 직접 산불 피해를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15건 있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화재로 주택이 전소되거나 창고 등 일부 시설이 파손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는 은퇴 후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한 뒤 이 집을 담보로 한 대출로 다른 주택 2채를 더 매입했다가 이들 3채가 모두 불에 타 큰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고 한인회는 전했다.

한인회는 또 한인 교회와 관련 단체 등을 통해 전해 들은 크고 작은 피해 사례도 300건 정도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에는 단수와 정전 등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 사례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인회는 설명했다.

제프 리 LA 한인회 사무국장은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 거주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약 180가구 정도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런 피해 가구 중에서도 일부는 피해 입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서류도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최종적으로는 100∼120가구가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한인회는 예상했다.

한인회는 지난달 21일 성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지난 5일까지 13만8천305달러(약 2억원)를 모았다.

한인회는 내달 중순까지 총 25만달러(약 3억6천만원) 정도를 모금한 뒤 내달 말께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LA 알타데나에서 잔해 살펴보는 사람들


[로스앤젤레스 AFP=.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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