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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트럼프 제재는 독립성 훼손"…79개국 규탄 성명(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08 02:00:59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AP= 자료사진]

(브뤼셀·서울= 정빛나 특파원 이도연 기자 = 국제사회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제재 결정을 비판했다.

ICC 당사국 125개국 중 79개국은 이날 오후 낸 공동 성명에서 "ICC의 독립성과 무결성,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ICC는 국제 사법 체계의 핵심적인 기둥"이라며 "(제재는) 가장 심각한 범죄에 대한 불처벌 위험을 증가시키며 세계 질서와 안보를 증진에 필수적인 국제법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ICC도 별도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 직원에게 제재를 가하고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 업무를 해치려는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잔학행위 피해자에게 정의와 희망을 계속 줄 것을 약속하며 이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한다"며 '정의를 위한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도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그 밖의 다른 곳에서 저지른 가장 심각한 범죄에 대해 정의를 보장하고 책임을 다하는 데 ICC는 핵심적"이라며 제재 철회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ICC는 국제범죄에 책임을 묻는 것을 보장하며 전 세계 피해자에게 발언권을 제공한다"며 "EU는 언제나 정의와 국제법 존중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ICC에 대한 제재는 법원의 독립성을 위협하며 국제 형사 사법 체계 전체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아카네 도모코 ICC 재판소장과 만나 미국의 제재 가능성과 관련해 EU가 ICC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EU 당국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ICC 직원과 가족, ICC의 수사를 도운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 대한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조처를 골자로 한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수뇌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불법적이고 근거 없는 수사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결정은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 기간에 나왔다.

앞서 지난해 5월 카림 칸 ICC 검사장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측 2명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뇌부 3명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영장이 발부됐다.

ICC는 제노사이드(특정 집단 말살)와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국제재판소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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