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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레이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느는데, 면허 반납 '소걸음'
기사 작성일 : 2025-02-09 08:00:34

지난 6일 고령 운전자 차량이 보행로를 덮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사고 현장.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종합= 지난 6일 오전 10시 15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70대 고령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보행로로 돌진해 횟집 앞 수족관과 버스정류장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60대 1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70대 여성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착각해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70대가 몰던 자동차가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기도 했다.

사고 운전자는 1년 전(2023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 제대로 치매 관련 진료를 받거나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들로 인한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지만, 이들의 면허 반납 비율은 저조해 제도 보완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목동 깨비시장에서 발생한 승용차 돌진 교통사고 현장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령자 운전면허·교통사고·치매환자 비율 모두 증가 추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비율은 2010년 5.6%(전체 교통사고 22만6천건 중 1만6천건)에 불과했으나 2020년 14.8%(20만9천건 중 3만1천건)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20.0%(19만8천건 중 2만9천건)까지 올랐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 소지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20년 11.1%(3천319만명 중 368만2천명)에서 2023년 13.8%(3천442만6천명 중 474만7천명), 지난해 14.9%(3천470만7천명 중 516만6천명)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지 능력과 판단력, 감각 능력이 건강한 고령 운전자보다 떨어져 사고 가능성이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치매 인구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PG)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 현금·상품권·우대금리 등 다양한 유인책 제시

이처럼 고령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사고가 증가세를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은 2019년부터 면허를 반납하는 65세 이상 운전자에게 10만원 상당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이 중 의왕시는 지난해 9월 조례를 개정해 반납 인센티브 지급액 규모를 20만원으로 올렸고, 화성·안산·평택·파주·양주시는 실제 운전자임을 증빙하면 10만원 상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성남시는 65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자에게 10만원 상당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과 별개로 농협은행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 11월부터 면허 반납자에게 정기예금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도와 18개 시군이 면허를 반납하는 65세 이상 운전자에게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나 교통카드 등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평창군은 군비를 더 보태 최대 4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작년 2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시가 지급하는 10만원 선불교통카드와 별개로 10만원권 전통시장상품권을 추가로 제공한다. 부산 남구는 올해부터 3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통영시는 올해부터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 혜택을 애초 10만원(선불식 교통가드)에서 20만원(교통카드 및 통영사랑상품권)으로 확대했고, 고성군은 70세 이상 면허 반납자에게 도내에서 가장 많은 현금 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현금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도내 나머지 지자체는 지역화폐를 지원하는데 반납률을 더 높이려는 조치다.


고령운전자 운전 면허 반납(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 면허 반납률 '저조'…"고령자 이동권 보장·운전능력 검증 강화 방안 필요"

그러나 이런 '당근' 정책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노력에도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비율은 지난해 2.2%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4년 0.05%에 비해 증가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지역(2022년 2.7%, 2023년 2.5%)과 전북지역(2022년 2.4%, 2023년 2.3%)의 면허 반납 비율은 2%대에 그쳤고, 경남(2023년 1.8%)과 광주광역시(2024년 1.6%) 지역은 1%대에 머물렀다.

강원지역에서는 2022년 2.3%에서 2023년에는 1.9%로 감소해 2%대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과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현재의 인센티브 지급액과 일회성 지급만으로는 면허 반납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가 추가 인센티브를 주고는 있으나 일회성 인센티브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준범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고연령 반납자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는 연령대별 차등 지급 방안, 인센티브 이용 범위를 다양한 생활물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호주,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신고제도 검토해볼 만하다"며 "지역사회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이 운전하면 신고해 즉시 조치되게 하는 방안이다. 이 밖에 치매 진단과 동시에 의사가 운전면허 당국에 신고해 수시 적성검사를 받게 하는 식의 제도 보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정권 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수석위원은 "외진 농촌지역에 사는 고령자들은 대중교통이 불편하니까 운전면허 반납을 꺼린다"며 "수십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면 체감하겠냐.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면허 반납 시 보상을 다회성으로 늘리고 금액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어려워해 자차 이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운전면허 적성검사와 면허 갱신 시 고령자들의 운전 능력을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절차가 더 까다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영식 나보배 김재홍 이준영 고성식 이성민 이재현 장덕종 황정환 최수호 강수환 이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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