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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총선 D-14] '메르켈 친정' 기민당 3년만에 정권 되찾나
기사 작성일 : 2025-02-09 08:00:57

선거 포스터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 김계연 특파원 = 앞으로 4년간 독일의 운명을 결정할 연방의회 총선이 오는 2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유럽 경제의 엔진이라는 옛 수식어가 무색하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최근 10년간 대규모로 밀려든 난민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달해 총선 결과에 따라 국가 운영 방향이 대폭 바뀔 가능성이 크다.

재임 내내 지도력 부재 논란에 시달려온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SPD)가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기독민주당(CDU)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퇴진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집권을 노린다.

◇ 사상 첫 3당 연정 깨지고 조기총선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으로 구성한 일명 신호등 연립정부 내에서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과 재정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11월 의회에 신임투표를 자청하고 총선을 7개월 앞당겼다.

정치적 승부수라기보다 FDP의 연정 탈퇴와 신호등 연정 붕괴가 불가피해지자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고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연정에 남은 SPD와 녹색당의 의석수 합계가 재적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숄츠 총리는 FDP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해임하면서 "자신의 지지자와 당의 생존에만 관심을 뒀다"고 맹비난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


[dpa/AP .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까지 지지율만 놓고 보면 중도보수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CSU는 바이에른주, CDU는 나머지 15개주에서 활동하며 함께 교섭단체를 꾸리는 사실상 같은 당이다.

지난 7일 발표된 ZDF방송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CDU·CSU 연합이 지지율 30%로 선두를 지켰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0%로 2위를 달리는 가운데 신호등 연정 붕괴 이후 임시로 중도진보 소수정부를 꾸리고 있는 SPD와 녹색당이 각각 15%를 기록했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5%, FDP와 좌파당이 각각 4%였다. 이들 세 정당은 정당투표 득표율 5%를 넘기거나 지역구 당선자를 3명 이상 내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법에 따라 총선 이후 연방의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CDU·CSU 연합은 유럽 주요국 최저 수준의 경제성장과 잇따른 난민 흉악범죄의 책임을 물으며 SPD와 녹색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SPD는 2021년 총선 당시 막판 대역전극을 재현하겠다고 벼르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 경기부양·난민정책 쟁점

초점은 경제 살리기와 난민대책에 맞춰져 있다.

CDU·CSU 연합은 법인세·부가가치세를 인하와 소득세율 구간 조정 등 세제개혁으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신호등 연정이 대폭 늘린 시민수당(실업수당)을 다시 줄이고 2023년 중단한 원자력발전을 재개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포함한 난민에게 돌아가는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고 불법이민자 유입을 국경에서 원천봉쇄한다는 난민 강경책도 내놨다. 공공장소 CCTV 확대와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강력범죄를 차단하고 지난해 4월 허용된 기호용 대마초를 다시 금지하겠다고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


[dpa/AP . 재판매 및 DB 금지]

SDP는 상위 1% 고소득자 세금을 늘리는 대신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득세는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돌려주고 전기차 보조금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난민정책은 큰 틀을 유지하되 독일에서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신속히 추방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난민 수를 줄이기보다 독일 사회에 원활히 통합시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탄소 절감에 기여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재생에너지를 더 확대해 전기요금을 유럽 최저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을 올해 12.41유로에서 15유로까지 인상하고 주택 임대료 인상을 더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후·노동자 친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AfD는 ▲유로존 탈퇴와 옛 화폐인 마르크화 재도입 ▲ 화력·원자력 발전 확대와 파리기후협약 탈퇴 ▲ 국경 전면통제와 난민 '재이주' 등을 내걸었다. 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유럽연합(EU) 바깥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편향 공영방송도 개혁하겠다고 했다.


독일 연방의회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좌우 합작 대연정 가능성

원내 정당들이 각자 공약을 내놨지만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모두 그대로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 정치구조상 특정 정당이 의석수 과반을 확보하지 않는 한 2개 이상 정당이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정에 참여하려는 정당들은 각료 배분은 물론 각 분야 정책 방향을 합의해야 한다.

반드시 최다 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이 연정을 이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좌우 양대 정당인 CDU·CSU 연합과 SPD 사이에서 녹색당 등이 연정 구성의 열쇠를 쥐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총선에서는 SDP가 CDU·CSU를 득표율 1.6% 차로 따돌린 뒤 녹색당·FDP를 끌어들여 연정을 구성했다. AfD는 SPD를 앞서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내 정당들의 '방화벽' 원칙 때문에 연정 참여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할 경우 CDU·CSU와 SPD가 손잡아야 간신히 과반 의석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또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려야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2021년에는 총선 이후 연정 구성까지 3개월 가까이 걸렸다. 합의에 실패하면 연방의회 선거를 다시 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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