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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들여 대학 세우는 中갑부들…"기술자립 위한 인재양성"
기사 작성일 : 2025-02-10 11:00:56

중국 '생수왕' 중산산 회장


[SCMP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권숙희 기자 = 중국 갑부들이 사재를 털어 대학을 설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 동참한다는 명분과 함께 대학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늘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생수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창업자 중산산 회장은 400억위안(약 8조원)을 들여 사립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중 회장이 약 10년간 400억위안을 기부해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첸탕(錢塘)대학교는 항저우시에 설립될 예정이다. '첸탄'이라는 이름은 항저우시의 상징인 첸탄강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시는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의 창업자 량원펑을 배출한 저장대학교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딥시크를 포함해 최근 주목받는 로봇·AI 스타트업들 다수가 항저우에 기반을 둬 'AI 인재의 요람'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항저우에는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과 부동산 재벌인 왕젠린 다롄완다그룹 회장 등의 기부를 바탕으로 2018년 개교한 이공계 사립대인 시후(西湖)대학교도 있다.

항저우시가 지난해 말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첸탕대학교는 연간 15만명의 전문가 양성, 500명의 연구원 유치, 35만명의 학생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 회장은 지난달 자사 연례행사에서 대학 설립 계획을 밝히며 "우리 대학의 사명은 지식의 최전선을 지키고 '0에서 1'로 바뀌는 과학적 약진을 추동하는 것"이라면서 "과학 연구를 발전시키고 최고 수준의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친일기업 논란 등으로 불매 운동의 고초를 치른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돈은 깨끗하다"면서 눈물을 보였고, 대학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비판 여론을 가라앉혔다.

세계적으로 창업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를 벤치마킹하겠다며 나선 제조업 갑부도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의 1위 유리 제조업체인 푸야오(福耀) 그룹에서 설립한 푸야오과학기술대(FYUST)의 학생 등록을 승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의 주인공이자 '유리대왕'으로도 불리는 푸야오 그룹의 창업자 차오더왕(曹德旺)은 대학 설립을 위해 100억위안(약 2조원)을 투자해 고향인 푸젠성 푸저우시에 대학을 설립했다.

중국과 미국 간 기술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차오 회장은 첨단 제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의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푸저우시에는 푸야오 유리 본사가 있다.

'반도체 거물'인 웨이얼반도체의 창업주 위런룽이 자금을 기부한 동부공과대(EIT)는 2022년 첫 박사과정을 입학시킨 뒤 올해 말 첫 학부생을 받을 예정이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연구소의 '2024년 중국 자선사업 목록'에 따르면 중국 상위 기부자의 70%가 교육 분야 기부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의 58%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의 유능한 사업가들의 부를 활용하는 방식이 변화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SCMP는 짚었다.

대만구(大灣區) 광저우 연구소의 리밍보 부학장은 "새로운 세대의 전문가가 없다면 중국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면서 "오늘날 기술 혁신은 대학보다는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기업가들이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푸야오 그룹의 차오더왕


[SCMP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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